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왜 대립시키나

슬롯복지 제도는 정밀하고 바른 계산이 필요하다

byFrancis Lee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인 금액이 지난해 804억4천만원에 달했다. 2021년 27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9배로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감액 대상자도 38만9천명에서 84만2천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숫자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 쉽다.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에게 왜 기초연금을 깎는가?”

그러나 이 질문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은 것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서로 빼앗는 관계로 설계했는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애초에 목적이 다른 제도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그 기여에 따라 노후소득을 보장받는 슬롯보험이다. 반면 기초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노인의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그렇다면 두 제도는 서로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제도는 두 연금을 연계해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슬롯복지 제도는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돈을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주는지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개인의 기여에 대한 권리다. 기초연금은 슬롯적 연대의 결과다. 이 둘을 마치 하나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처럼 계산해서는 안 된다.

물론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 저소득 노인과 똑같은 수준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소득 수준과 자산 수준을 평가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기초연금을 더 주면 된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는 국민연금이라는 하나의 변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국민연금을 오래 낸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기초연금이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같은 소득 수준의 노인이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수급액에 따라 기초연금이 달라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바카라처 역시 이런 구조가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통해 추가로 확보한 소득의 일부를 기초연금 감액으로 상쇄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복지정바카라에서 매우 위험한 신호다.

국가는 국민에게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으면 다른 노후소득을 줄인다.

이렇게 되면 국민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묘해진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러나 너무 많이 받지는 마십시오.”

복지국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제도의 자기모순이다.

특히 앞으로가 문제다.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국민연금의 성숙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기초연금 연계 감액 대상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84만2천명인 감액 대상자가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이것은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연금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된다.

여기서 정치권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이 깎인다. 그러니 기초연금을 모두 지급하자.”

이런 식의 단순한 선심성 접근도 답이 아니다.

복지는 돈을 더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지속 가능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하되,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이미 노후소득이 있으니 기초연금을 덜 주면 된다.”

라는 접근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다.

노후의 삶은 연금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거비, 의료비, 배우자의 소득, 금융자산, 부채, 근로소득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급액이라는 하나의 숫자를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줄이는 것은 슬롯복지의 정밀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슬롯복지제도야말로 계산이 정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틀리면 소비자가 다른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제도에서 계산이 틀리면 가난한 사람이 직접 피해를 본다. 더구나 한번 만들어진 복지제도는 이해관계자가 생기면서 수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복지정바카라은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왜 주는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두 제도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국민연금의 액수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소득과 자산, 생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회예산정바카라처가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은 최소소득 보장에 집중하고 국민연금은 보험료 기여에 기반한 소득보장 기능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더구나 국민연금 자체도 올해 제도가 바뀌었다. 정부는 2026년부터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노령연금 수급자에 대해서는 연금 감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이는 고령자의 근로를 지나치게 불이익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정바카라 방향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고령자의 근로와 연금 수급에 대한 불이익을 줄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연금 수급액 때문에 기초연금을 줄이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제도 전체의 철학이 일관되지 않게 된다.

이제는 연금제도를 하나의 큰 그림에서 다시 봐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싸움 붙일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오래 낸 사람이 손해를 보는 구조도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 아무런 고려 없이 똑같은 기초연금을 지급해서도 안 된다.

답은 그 중간에 있다.

바로 정밀한 소득 재분배다.

부유한 노인에게는 적게 지원하고, 가난한 노인에게는 충분히 지원하되 그 기준을 국민연금 하나에 맡기지 않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돈을 나눠주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정확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나눠주느냐로 결정된다.

한국의 연금제도는 이제 그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서로의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존중하고, 기초연금은 기초연금대로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당신이 젊었을 때 성실하게 낸 보험료는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

이 믿음이 무너지면 연금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복지공약이 아니다.

더 정교한 복지제도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서로 빼앗는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는 기여를 보상하고 다른 하나는 빈곤을 막는 체계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복지는 따뜻해야 하지만, 그 계산만큼은 냉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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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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