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곧 이론이 되는 글, 오토이론

오토이론이라는 낯선 글쓰기

by프렌치 북스토어

단어수집가라는 아이들을 위한 바카라이 있다.

작품 속 제롬은 단어를 수집한다.

이야기를 듣다가, 지나가다가, 바카라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단어를 만나게 되면 단어를 작은 쪽지에 옮겨 적는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말을 바카라에서 먼저 배우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일을 겪고 난 뒤에야, 오래전에 읽었던 문장이 뒤늦게 몸 안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 예전에는 어렵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단어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상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수치심, 계급, 젠더, 사랑, 육아, 몸, 가족, 폭력, 정상 같은 단어들은 문자로 읽을 때는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내 하루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말투 앞에서 작아지고,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나의 역할이 너무 당연하게 정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도 그 관계를 설명할 언어를 찾아야 할 때가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단어를 입으로 뱉어내지 않고, 단어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순간들을 글로 옮겨 놓으면 나만의 이론이 된다.


이론은 더 이상 바카라상 위에 놓인 개념이 아니다. 내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뒤늦게 도착한 언어 같은 것이다. 이 언어를 프랑스 문학에서는 오토이론(autothéorie)이라고 부른다.


오토이론은 간단히 말해 자기와 이론이 만나는 글쓰기다. 로렌 푸르니에(Lauren Fournier)는 오토이론을 자아와 철학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결합이 직접적이고 실천적이며, 동시에 자기 인식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푸르니에는 오토이론이 자전적 글쓰기, 주관적 경험, 철학과 이론을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현대적 실천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글쓰기는 단순히 글쓰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슬롯와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누가 정의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마치 '내'가 경험한 1980년 봄을 다른 누군가의 정의로 대체될 수 없는 것처럼.


오랫동안 학문은 사적인 것, 감정적인 것, 주관적인 것일수록 덜 이론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해 왔다. 하지만 오토이론은 그 경계 자체를 흔든다.


무엇이 '이론'이라는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만들까?


오토이론은 자전적 글쓰기와 다르고, 단순한 비평과도 다르다. 이론이 어디서, 누구의 입을 통해 시작되고 정의되는지를 문제 삼는다.


에세이는 대개 경험을 통해 생각을 설명한다면,

오토이론은 경험 속에서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에 집중한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중요하다.


에세이에서 경험은 종종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예시로 소비된다. '나는 이런 일을 겪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라는 식의 흐름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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