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타기전 시애틀 즐기기_03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에 있는 스타벅스(이하 '스벅') 1호점은 시애틀의 전망타워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과 함께 관광명소 1위다. 시애틀을 방문한 친구들의 증언을 빌리면, 이 스벅 1호점에 들어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줄이 말도 못 하게 길어서 거의 다 포기하고 그냥 온다고 한다. 이 소식을 나에게 전해 준 친구들은 모두 1호점에 못 들어갔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줄이 얼마나 길길래 이렇게 바로 입장을 포기하는 걸까. 퍼블릭 마켓에 갈 때 이 스벅 1호점에 가장 먼저 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스벅의 위치를 찾느라 헤맸지만 9시 40분쯤 스벅 1호점 파이크 플레이스점에 도착했다. 스벅 커피 중에 파이크 플레이스가 여기 지명을 딴 것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았다. 우와! 들어갈 수 있겠다. 역시 아침 일찍 와야 하는군~ 하며 줄을 섰다. 약 20분 정도 서서 맨 앞까지 가서야 알았다. 내가 서 있던 줄은 들어가는 줄이 아니었다. 입장 예약을 하는 줄이었다. 야~~ 웬일로 들은 것보다 줄이 짧다 했더니 이렇게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춰 다시 오는 걸로 시스템을 바꾼 거다. 커피숍에 들어가는 데도 예약을 해야 하다니! 잠시 충격이었다.
뮤지엄도 아닌데 이걸 예약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려는데, "언제 들어올래?" 하고 직원이 물었다. 약 10시 시점에 오후 1시 10분과 2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1시 10분에 오기로 하고 예약을 한 후 나왔다. 그 후로 아래의 [크루즈 타기전 시애틀 즐기기_01]에서처럼 퍼블릭 마켓에서 이것저것 사 먹다 보니 1시에 가까워졌다.
예약한 시간 즈음에 찾아온 귀차니즘을 물리친 것은, '도대체 뭐가 대단하길래 예약까지 하는 거야' 하는 궁금함과 '내가 꼭 들어가 본다'는 이상한 오기였다. 다시 와 보니 이번엔 줄이 3개였다. 첫 번째는 예약하려고 하는 줄(1시 시점에 예약가능한 시간은 저녁 6시 즈음이었다), 두 번째는 예약시간 맞춰온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줄, 세 번째는 예약 안 하고 그냥 서 있다가 들어가겠다는 줄(물어보니 이런 경우 약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단다).
이 세 종류의 줄 앞에는 예약을 받는 사람과 줄을 안내하는 사람,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정말 관광명소 1위가 맞구나! 이렇게 세 종류의 줄을 운영하다니 말이다. 우리 앞에 이미 서 있던 3인 가족이 들어가고 나서 한 5분 정도 있다가 들어갔다. 실내의 인원을 통제하느라 몇 명이 나와야 그 후로 몇 명이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이 없으면, 그냥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나 있는 스타벅스는 시애틀에서 처음 시작한 커피숍이다. 주변에 있는 스벅이 초록색 계열로 브랜드화한 것에 비해, 여기는 1호점 시작할 때의 모습대로 밤색으로 유니폼과 매장을 통일하고 있다. 안에는 스벅 1호점에서만 판다는 많은 굿즈들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톤업된 목소리와 자본주의 미소로 무장하고 우리를 맞는다. 아예 굿즈가 프린트된 바카라받침 같은 걸 준다(아래 사진). 굿즈들을 소개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자기를 부르라고 하고 갔다. 이렇게까지 하고 들어왔는데 굿즈를 안 살 수는 없는 거다.
집에 텀블러가 한가득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시애틀에 와서 스벅 1호점에 왔으니 여기에만 있는 한정판 기념 텀블러는 사야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에 있는 12온즈 초록 텀블러와 20온즈 하양 텀블러, 마그넷, 키링까지 아주 골고루 샀다. 본점 커피 맛은 어떤가 싶어 커피 음료도 주문했다. 결국 거금 100불 이상을 스벅 1호점에서 써버렸다.
'이렇게 스벅을 좋아했었나'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들 정도지만 '여기에만 있다잖아' 하는 그 '희소성'이 또 나의 이성을 말아먹었다. 커피 맛은 다른 스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맛보지는 않아도 될 듯하다.
'브랜드파워'와 '희소성'의 힘으로 여기서 산 텀블러 두 개는 크루즈 내내 뷔페에서 물도 받아 오고 커피도 가지고 오면서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우리처럼 크루즈 타기 전에 시애틀을 관광한다면 스벅 1호점 텀블러를 사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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