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그 전에 사람들의 태도와 대화가 먼저 변한다."
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 기간이었다. 다음 상대는 네덜란드였다. 경기 준비를 위해 감독님께서는 그날 경기 영상과 네덜란드의 최신 경기 영상을 확보해 달라고 지시하셨다.
문제는 인터넷이었다. 호텔 와이파이는 거의 연결되지 않았고, 영상 하나를 내려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인터넷이 안 됩니다."라고 말하면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 업무를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호텔 복도를 오가며 신호가 잡히는 곳을 찾았고, 로비와 빈 회의실을 오가며 몇 시간 동안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다. 여러 번 연결이 끊겼지만 결국 필요한 영상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중요한 것은 영상을 내려받은 일이 아니었다.
문제를 만났을 때 이유를 먼저 말하는지, 해결 방법을 먼저 찾는지가 팀 문화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몸소 배운 순간이었다.
그날 저녁, 선수단 미팅이 시작됐다.
감독님은 영상을 틀어 놓고 곧바로 설명하지 않으셨다. 화면을 멈춘 뒤 선수들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셨다.
"이 장면에서 상대는 무엇을 노렸을까?"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선수들은 차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어떤 답은 맞았고, 어떤 답은 부족했다. 그러나 감독님은 누구의 답도 성급하게 평가하지 않으셨다. 틀린 답을 지적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먼저 물으셨고, 다른 선수들의 의견도 끝까지 들으셨다.
정답을 알려주는 회의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모든 대화가 끝난 뒤 감독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코치가 분석한 내용을 선수들에게 공유해 주세요."
나는 준비한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자 선수들은 다시 질문을 던졌고, 서로의 의견을 보태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졌고, 모두가 다음 경기를 자신의 경기처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감독님은 전술을 설명하고 계신 것이 아니었다.
팀이 생각하는 방식을 만들고 계셨다.
그때는 단지 좋은 미팅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여러 팀을 경험하면서 그날의 의미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성과가 좋은 팀은 회의가 조용하지 않았다.
질문이 있었고, 토론이 있었으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다.
반대로 성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팀에는 공통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회의 시간이 짧아진다.
질문이 줄어든다.
의견을 내는 사람이 사라진다.
"알겠습니다."
"네."
짧은 대답은 늘어나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은 점점 없어진다.
겉으로 보면 질서가 잡힌 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습이 멈춘 팀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리더는 성과가 떨어진 뒤에야 문제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과는 경기장에서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회의실에서, 훈련장에서, 선수들 사이의 대화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직심리학자인 에이미 에드먼슨은 이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질문할 수 있는 조직일수록 학습과 혁신, 그리고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질문하기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실수를 숨기고 문제를 공유하지 못하며, 작은 문제가 반복되어 결국 성과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피터 센게는 《학습하는 조직》에서 학습하는 조직은 정답을 많이 가진 조직이 아니라, 끊임없이 함께 배우는 조직이라고 말한다. 구성원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경험을 공유할 때 개인의 지식은 조직의 경쟁력이 된다.
국가대표팀에서의 그 미팅은 나에게 그 이론을 현장에서 보여준 살아 있는 수업이었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답을 외우게 하지 않으셨다.
답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고 계셨다.
돌이켜 보면 국제대회에서 만난 강팀들은 뛰어난 기술만으로 강한 것이 아니었다. 코트 안팎에서 서로 끊임없이 질문했고,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으며, 상대의 의견을 통해 더 나은 답을 만들어 갔다.
그 문화가 경기력으로 이어졌고, 그 경기력이 결국 성과를 만들었다.
리더는 성과가 떨어진 뒤에 위기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아니다.
성과가 떨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읽어내는 사람이다.
회의에서 질문이 줄어들고 있는가.
선수들이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는가.
실수보다 침묵이 많아지고 있는가.
그 신호를 놓친다면 성과 하락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반대로 질문이 살아 있고, 서로 배우려는 문화가 유지되는 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전술은 한 경기를 바꿀 수 있다.
훈련은 한 시즌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질문하는 문화는 한 팀의 미래를 바꾼다.
"팀은 성과가 무너져서 질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성과의 하락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