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와 쓸모
며칠 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분을 만났다. 안면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에서 만났는지, 이름까지 기억나진 않았다. 조금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받는데 그분이 먼저 반갑게 말을 이어주셨다.
“저 평생학습활동가 양성과정 들었는데요. 그때 해주셨던 이야기들이 참 와닿아서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몇 년 전 평생학습 총괄매니저 일을 할 때 했던 강의를 들으신 분이셨다.
“제가 그때 경력이 단절되고 나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강의에서 용기를 정말 많이 얻었어요. 감사했어요.”
몇 년 전 강의를 누군가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내가 건넨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다는 것이 더 감사했다.
그분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 문득 오래 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명함이 없는 것이 어색했던 때가 있었다.
홍보 일을 처음 배우던 슬롯초년생 시절, 가장 먼저 익힌 것 중 하나가 명함을 건네는 예절이었다. 명함은 상대방이 바로 읽을 수 있도록 글자가 상대를 향하게 하고 두 손으로 건넨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홍보 현장에서는 아주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예의였다.
일을 오래 할수록 명함은 쌓여갔다. 내 명함도, 내가 받았던 명함도. 16년 동안 홍보 업무를 하며 사원, 대리를 거쳐 과장이 되기까지 회사와 직급이 바뀔 때마다 새 명함을 받았다. 작은 종이 한 장에는 나를 알려주는 정보가 담겨있었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데 명함 한 장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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