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Was There All Along
뜨거운 여름이다.
볕을 받다 눈을 뜨니 볕만큼 눈에 들어오는 초록이 있다.
뜨거운 여름을 견디라고, 초록을 주셨나 보다.
더위에 허덕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했던 생각이다.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초록이 주는 위안은.
“아이고, 여기는 완전 풀밭이네. 푸르르다 푸르러. 영미는 녹두 벌렌가 보네.”
고등학교 국어 시간, 필기하느라 열어둔 필통을 보시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그 뒤로도 나는 한참을 ‘녹두 벌레’로 불렸다.
서른 중반쯤, 일로 만난 대행사 대표님이 내게 말했다.
“그거 아세요? 저 영미 과장님 만날 때마다 초록색 찾아요.”
“어느 날은 가방, 어느 날은 블라우스, 또 어느 날은 액세서리. 항상 어딘가에 초록색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찾는 재미가 있어요.”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어렸을 땐 울보였다. 여린 마음이었던 그 시절, 울 일은 차고 넘쳤다. 그러다 마당에 가득한 초록을 보고 있으면 속상했던 마음을 스르르 잊곤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초록을 좋아하게 된 것이.
“꽃집 하는 거야? 이걸 다 어떻게 키워?”
집에 오는 지인들이 종종 물었다. 베란다에 이어 집 안 곳곳까지 식물들이 자리 잡았다. 한때는 화분만 200개가 넘었다. 그 많은 식물을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말도 들었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식물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마음이 놓였다. 아침이면 베란다에 앉아 식물들을 바라보곤 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잎과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고 있으면, 촛불을 바라볼 때처럼 마음이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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