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맛집 투어가 알려준 기쁨
이번 연휴 중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부모님과 어쩌다 함께하게 된 맛집 투어다.
부산에서 70년을 살아오신 부모님은 평소 먹는 것에 별 큰 흥미가 없으셨다. 그런데 우연히 '이재모 피자' 이야기가 나왔을 때, 두 분이 먼저 가보고 싶다 눈을 반짝이셨다. 그렇게 성사된 남포동 외출. 피자집에 포장 주문을 걸어두고, 곧바로 맞은편 '일미 밀면'으로 향했다.
늘 먹어온 피자와 밀면이니, 당연히 내가 아는 그 뻔한 맛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시원하고 달큰한 밀면 국물도, 짜지 않고 담백한 피자도 예상외의 묵직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간만에 남포동의 구석구석을 여유롭게 구경하고 부모님과 맛에 대해 품평까지,옛 추억을 나누며 걷는 동네는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문득 깨달았다. 새로운 맛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일도 삶의 큰 기쁨인데, 나는 어쩌면 '어차피 다 아는 맛'이라며 그 기쁨을 모른척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다 안다는 착각 속에 스스로 즐거움의 문을 닫아걸었던걸수도.
어쩌면 잘 산다는 건 별다른 게 아닐지도 모른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고,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건져 올리는 것.
백수로 일념넘짓, 몸과 마음을 충전하며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 지금, 당연하게 지나쳤던 것들 속에서 새롭고 감사한 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오는 사간 속에서 이런 기쁨을 더 자주 발견하며 살아가는게 앞으로 내가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