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불행이 건네는 뜻밖의 생기

삶의 필수 요소

by배짱이 데스크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양귀자의 소설 《모순》 속 이 문장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퇴사를 결심한 어느 날, 늘 조용하던 옆자리 선배가 슬며시 물었다.

"진짜 그만두는 거야?"

그날따라 선배는 지긋지긋한 상황 속에서 상사의 트집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내고 있었다. 굽신거리는 그 모습은 어딘가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잠시 뒤 선배가 나지막이 뱉은 말은 달랐다.

"부럽다, 너는. 나는 갈 곳도, 받아주는 곳도 없어. 게다가 아이들 때문에 쉴 수도 없지 뭐."

일은 서툴러도 매사 자신의 삶을 묵묵히 버텨내는 모습. 도망칠 곳 없기에 기꺼이 불길을 받아내는 그 굽은 등에서, 문득 무서운 생명력과 진짜 '강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참 부러웠다.


'선배, 저는요... 차라리 저한테도 선배와 같은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이유로 더 버티고 싶어요‘


사실 회사가 싫었던 건 아니었다. 불투명해진 승진, 맞지 않는 일 분배, 그리고 나를 힘들게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얽히고설킨 공기 속에서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나에게도 버텨야만 하는 '조건'이 있었다면 지금 처럼 도망치는 기분은 없었을까.


퇴사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 방식으로 지나왔고 자식은 없지만 내 자신을 먹여살려야 하니까 이제 그 선배와 같은 처지에 있는거나 다름없다. 이제는 나를 잘 키워내기위한 마음으로 적당한 불행속에서도 내 즐거움을 선택할 수 있는 심지가 자리 잡았기를.



이전 23화돈이 없어지자 시작된 진짜 돈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