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쉬는 법을 몰라 그저 열심히 1년을 보내고

by배짱이 데스크

퇴사 후 일주일 온전히 완전 행복했다. 그 해방감.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잠을 못 자고 아플 정도로 속을 끓였을까, 끝내면 모두 끝인 것을’ 너무너무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 여유는 딱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그 이후 나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빼곡하게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직업상담사 자격증 시험 등록

* 일주일간 숙식하며 배우는 김정규 교수님의 집단상담 지도자 과정 지원

* 일하며 배우고 싶었던 국비 지원 데이터 분석 과정 수강

* 매일 거르지 않는 재활 운동


어렵게 결심한 퇴사였고, 어렵게 얻은 자유다. 정말 한 톨도 아깝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 게임생활을 할 때 그리도 바라던 여유였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인데 이 소중한 기회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강박이 컸다. 그 생각 하나로 하루를 꽉 채워 치열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퇴사한 지 1년에 가까워지던 어느 날이었다. 부모님에게서 조심스러운 전화가 걸려왔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너무 심심하게 보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음성 끝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박혔다.


"칠순이 넘어가 보니 인생 별거 아니더라. 너무 애태우지 마라."


통화를 끊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지금 정말 잘 쉬고 있는 걸까.

휴식 시간을 1분 1초도 낭비하기 싫어 그저 ‘열심히’라는 이름의 또 다른 채찍질을 나에게 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음 챕터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채워야 할 시기에, 오히려 이 귀한 휴식마저 강박적으로 소진해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의 눈에 생산적으로 보이는 일, 혹은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마지못해 쑤셔 넣었던 스케줄들은 아닐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오늘부터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 날 즐겁게 만드는 것을 해보기로.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것, 필요할 것 같아서 억지로 벌이는 일들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을 충전시켜 주는 게 과연 무엇인지 알아본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지? “

해야만 하는 일 목록을 지우는 대신, 진짜 실행했을 때 마음이 가벼워지고 깊이 충전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매일 하나씩 실행하고 생경한 즐거움들을 확인해 본다. 쉴 줄 모르는 백수의 진짜 ‘휴식 연습’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다음 회차에는 나를 충전시키는 본격 기쁨 채집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