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들은 뜻밖의 처방
불안과 불면이 번갈아 나를 짓눌렀다.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순식간이었다.
결정적으로 집 비밀번호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도어락을 통째로 뜯어내고 새것으로 바꾼 날, 나는 내 상태가 한계를 넘어섰음을 직감하고 더는 미룰 수 없어 병원으로 향했다.
상담심리를 공부했고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수차례 사설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병원에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병원은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줄 약을 처방받기 위함, 치료를 위해 가야한다는 걸 알기에 담담하게 진료실로 갈 수 았었다. 예상과 달리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셨고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 담담하게 이야기하셨다.
“퇴사하셨으면 합니다.”
지금 일하는 업계가 이직이 쉽다면 이직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생계가 당장 어렵지만 않으시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몸을 먼저 추스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당황스러울 수 있는 그 말에 이상하게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심 누군가가 이 말을 대신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불면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으며 한동안 더 회사에 나갔고, 휴직을 거쳐 복직 후 부서이동, 완벽한 퇴사에 이르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날 병원을 찾아간 결정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망설임 없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무리 상담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며 병원은 두려워해야 할 곳이 아니라고 배웠지만 가는 건 쉽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회사생활에 최선을 다했고 회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만큼의 개선을 시도하고 퇴사를 결정했기에 그 어떠한 후회나 미련도 없다.
혹시 누군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마음이 아파 몸까지 무너지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으로 가시길. 거창한 마음 상담은 잠깐 접어두시고. 그저 지금 겪고 있는 통증을 줄여줄 적합한 약을 처방받고 몸을 건강한 상태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가볍게 문을 두드려보시길.
아마 그 시작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