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
어김없이 바카라상에 앉는다.
바카라을 펼치고 신나게 읽어나가든
잠을 밀어낸 글이 휘발될까 서둘러 쓰든
새벽은,
하루가 색과 모양을 드러내는 것도 모르게
나를 바카라과 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시간인데
오늘 새벽은 이상하다.
"뭐하지?"
뜬금없다.
내가 이 귀한 새벽시간에 이런 질문을 하다니.
펜을 들고 종이 위에 물음표를 크게 그렸다.
이 엉뚱한 물음표의 점을 펜으로 꾹..... 누르고 있자니
밀어낸 숙제가 보인다.
하기 싫어서 이런저런 변명으로 덮어버린,
내 기억에서조차 없어지길 바라던 숙제.
아...........
'뭐하지?', 결코 이 새벽에 떠오를 리 없는 질문으로
숙제가 내게 신호를 알렸다.
자기를 변명 속에서 꺼내 달라고.
시간은 행위로 채워진다.
그래서 채워왔던 행위가 끝을 알렸을 때
순간, 시간은 비워진 자신을 견디지 못한다.
그간 시와 수필만 계속 썼다.
지난 2월 느닷없이 '시'를 쓰기 시작했고
'수필'이 갖는 정서에 꽂혀
계속 수필과 시만 읽고 쓰고를 반복했다.
서너달....
나의 새벽, 그리고 하루는 그렇게 채워졌다.
지금 새벽 5시 10분.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고
세상은 색을 드러낸다.
밀린, 아니 밀친 숙제도 같이 드러난다.
조심히... 그리고 조용히...
내가 써내야만 할 인문학글을 이제 시작해야 할 때다.
새로운 파일을 만들고 그 안으로 날 밀어넣어야 한다.
아둔한 정신과
타협에 쉬운 손은 '강제'로 채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유'에게 너무 너그러우니까.
미뤄놓은 숙제지만
지금이 때라고 알려준 이상한 질문,
'뭐하지?'.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때'를 알려준다.
물음표의 곡선을 두껍게 덧칠하며 '세상'을 그린다.
길게 내린 물음표의 직선을 덧칠하며
작은 점 하나인 '나를 보는 세상의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점을 둥글게 말면서 '현재 내게 할당된 행위'를 조목조목 따진다.
'생'은 '몫'을 요구한다.
밀어낸다고 다른 이에게 가버리는 몫도,
덮었다고 녹아버리는 몫도 없다.
'때'는 '몫'으로 자신을 채우라 나를 종용한다.
나는 지우고 싶었지만 '글'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변명으로 덮었지만 세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때를 기다린다고 밀어놨지만
때는 자신이 세상에 나올 시간에 어김없이 나온다.
그렇게 이상한 질문은
글에 이제는 활자를 입혀야 한다는
'때'가 밀어낸 신호였다.
5월의 끄트머리.
나의 봄은 그렇게 시와 수필로 채워졌다.
이제 6월. 여름이 온다.
밀어냈던 글을 데리고
여름이 온다.
- 2026. 5. 3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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