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울음 울음

by운촌



아기가 운다. 이유를 알 수 없다.

계속 운다.

밤새 운다.

안아줘도 버둥치고,

뉘어 놓으면 숨이 끊어지도록 울어 젖힌다.


아가야, 왜 우니?

어진아~~ 왜 우니?

뭐가 불편하니?

원하는 게 도대체 뭐니?

기저귀도 방금 전 뽀송하게 갈아주었고

분유도 방금 전 배부르게 먹었는데.....


밤은 깊은데 아기는 운다

계속 운다.

어설픈 어린 어미도 따라 운다.

삼척의 어느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대화는 안 되고, 아기는 뭔가 불편해서 울어대면 엄마는 당황한다. 기저귀를 들춰보고, 안아도 보고, 딸랑이를 흔들어 봐도 소용없다. 엄마의 정신이 혼미해진다. 다음날 일찍 출근이라도 해야 하는 워킹맘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동생은 신혼 시절 삼척에 살았었다. 건설 쪽 일을 하는 제부의 근무처가 바뀌면 전국으로 이사하며 삶의 터전을 옮겼다. 물설고 낯선 생면부지 삼척에서 동생 채운은 혼자 아이 둘을 키웠다. 특히 조카 어진이는 많이 울었다. 어두워지면 울기 시작했다. 낮에는 천사 같았다가 밤만 되면 어미를 힘들게 했다. 그 쪼그만 어린 아기가 어찌 그리 우렁차게 울어댈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때 우느라 많이 못 컸는가 지금도 자그마하다. 지금은 어엿한 철도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관제 일을 하는 어른으로 자랐지만, 갓난아기였을 땐 그랬었다.

밤낮이 바뀐 아기.


두 아이를 키우며 나도 그랬다. 아이가 아프거나 밤새 칭얼대며 밤에 잠을 안 자면 엄마는 정말 미치고 팔딱 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도대체 영문 모를 울음에 난감하고 힘들었었다. 어수선한 밤을 보내고 퀭한 눈으로, 몽롱한 표정으로 출근을 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하루 종일 머리도 맑지 않다. 어떻게 일을 하며 아이를 키웠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낸 자신이 대견하다.


남편에게 서운했던 과거의 사건 중 잊혀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도 그것이다. 큰 아이가 생후 6개월 쯤 되었을 때 남편은 미국으로 1년 간의 연수를 떠났었고, 나는 누군가의 도움없이 아이를 혼자 돌보며 온라인 게임생활을 해야 했다. 내 인생에서 어쩌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막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돌 전후의 아기는 자주 아팠고, 아픈 아기는 밤새 잠을 못자며 엄마를 힘들게 했다. 아기 옆에서 나도 많이 울었다. 초보 엄마는 어찌해야 할 줄 몰랐고, 같이 육아를 함께 해야 할 남편은 먼 이국 땅에 있었다. 다음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하는 전쟁같은 시간들은 체력적으로도 벅차고 눈물겨운 시간들이었다. 아마 그 당시의 내 몸무게도 최저점을 찍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수를 마치고 남편이 귀국했을 때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이제는 이 무게가 반으로 줄겠구나. 아니 반은 아니어도 하룻밤 만이라도 푹 자고 싶었다. 아이의 칭얼거림에 깨지 않고 아침 알람이 울릴 때까지 푹 자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오산이었다. 밤에 아이가 울자 철없는(?) 남편은 나를 깨운다.

당신은 적응이 되었쟎아.(헐~)

당신이 해.(세상에나...)

지금도 남편이 미울 때 기억의 심연에서 그 때 기억이 올라온다. 안 잊혀진다. 이렇듯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법!


명예퇴직을 고민하며 그 시절을 생각했었다.

그렇게 힘들어도 버티고 다녔는데...

아픈 아기도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출근했었는데...

힘들게 워킹맘으로 살았는데

지금 그만두는 게 잘하는 일이니?

자신에게 끝없이 물었었다.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던 아이들은

어느덧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설펐던 젊은 엄마들은

이제 퇴직을 하고

세월속에 익어가고 있다.


밤마다 빽빽 울어대던 아가들이

어느 사이 우리의 보호자가 되었다.





채운의 시 <삼척2> 중에서 운촌 쓰다








삼척2



채운



내 영혼의 외딴 섬엔

무연히 해가 뜨고 서글피 해가 지고

썰물처럼 또 하루 쓸려나가요


다독여 줄 이 하나 없는

거들떠보는 이 하나 없는

고도에서 나는 아이 하나 낳았지요


몸이 자그마한 그 아이는

화수분 같은 울음주머니 하나 달고 태어났는지

아무리 퍼내어도 그치지 않는


울음 울음 울음


아이의 난해한 절규 앞에

난 눈물 글썽이며 허둥거릴 뿐이었지요

목숨과 목숨 사이 척력이 거세지던 곳


삼척 삼척 삼척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