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에는 늘 호두 두 알이 들려져 있었다.
낮에는 아버지 손에, 밤에는 아버지 머리맡에...
마치 스님이 염주알을 굴리듯
수녀님이 묵주알을 넘기듯
손바닥 지압 운동을 하시려는 건지,
심심해서인지
늘 호두 두 알을 손 안에서 투드덕 투드덕 굴리곤 하셨다.
마음속에 분노가 올라올 때 호두알을 굴리며 화를 다스렸을까?
당신도 하고싶은 것도 많았을 거고
늦은 나이에 도시로 가족들 끌고 나와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 공부 시키고 먹이느라
가장의 어깨는 늘 무거웠으리라.
슬롯생활에서 견뎌야할 아픔들도 많았을 게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참아내야 했을까?
어른이 되면 다 지혜로워지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줄 알았다.
아버지의 시간들을 나도 지나고 있지만
나이가 든다고 결코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나이가 든다고 결코
너그러워지지도 않는다.
모난 마음은 더 모가 나고
좁은 속은 더 좁아진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굴리셨는지
호두 표면의 툭툭 북거진 주름들이 닳아서 매끈매끈해져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길지 않은 투병기간이었지만
환자도 가족도 아프고 힘들었다.
아버지가 떠나신 뒤
아버지의 자리에는 호두 두 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본래 매끈매끈한 호두였던 것처럼......
본래 모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