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by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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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에는 늘 호두 두 알이 들려져 있었다.

낮에는 아버지 손에, 밤에는 아버지 머리맡에...

마치 스님이 염주알을 굴리듯

수녀님이 묵주알을 넘기듯


손바닥 지압 운동을 하시려는 건지,

심심해서인지

늘 호두 두 알을 손 안에서 투드덕 투드덕 굴리곤 하셨다.


마음속에 분노가 올라올 때 호두알을 굴리며 화를 다스렸을까?

당신도 하고싶은 것도 많았을 거고

늦은 나이에 도시로 가족들 끌고 나와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 공부 시키고 먹이느라

가장의 어깨는 늘 무거웠으리라.

슬롯생활에서 견뎌야할 아픔들도 많았을 게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참아내야 했을까?


어른이 되면 다 지혜로워지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줄 알았다.

아버지의 시간들을 나도 지나고 있지만

나이가 든다고 결코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나이가 든다고 결코

너그러워지지도 않는다.

모난 마음은 더 모가 나고

좁은 속은 더 좁아진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굴리셨는지

호두 표면의 툭툭 북거진 주름들이 닳아서 매끈매끈해져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길지 않은 투병기간이었지만

환자도 가족도 아프고 힘들었다.


아버지가 떠나신 뒤

아버지의 자리에는 호두 두 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본래 매끈매끈한 호두였던 것처럼......

본래 모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채운의 시 <견고한 잠> 중에서 운촌 쓰다






견고한 잠



채운



투드덕 투드덕 한낮의 적막을 긁어대던 소리 잠잠해졌

다 목침을 베고 잠이 든 아버지, 손아귀에 담긴 호두 두

알이 화를 다스리는 동안

아버지의 거처가 바뀌었다 일흔 지나 병원 출입 잦아지

더니 대학병원 입원실에 둥지를 튼 것이다 선잠 든 아버지

머리맡에 덩그마니 놓인 호두알에 반질반질 윤기가 돈다

세상 향해 불끈 쥔 주먹 날리는 대신, 손바닥 불룩하게

품은 호두 두 알 툭툭 불거진 주름자리 갈아낼수록 아버

지 모난 마음결도 둥그러졌으리라

겹겹의 껍데기 둘러쓰고도 가장 불안했을 세속의 가장

자리, 그의 잠은 언제쯤 단단해질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