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병 상 련

by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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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왔다.

살면서 만나는 여러 인연 중에는 받는 것 없이도 마음이 가고 좋은 사람이 있다.

사람의 몸에서도 각각의 파장이 나오고 있고,

서로의 유기체에서 나오는 그 파장이 서로 조화로운 사람이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인연을 우리는 서로 결이 맞는다고 하는 걸까?


하지만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맘이 불편하고 싫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친다. 온라인 게임 생활하면서는 그런 사람들과도 문제없이 지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써야만 했었다.


퇴직하고 나서 좋은 것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불편한 사람과는 만나지 않아도 된다.

결이 맞지 않은 사람들과 억지로 연기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관계를 정리할 수 없는 인연들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나야 하는 가족이나 친척의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 엄마는 딸부자라서 당연히 사위부자이기도 하다.

사위도 여럿이니 아롱이다롱이다.

어찌 온전히 엄마 맘에 드는 사위가 있으랴!

이래서 예쁘지 않고, 저래서 맘에 들지 않고......

남의 자식이 까탈스러운 엄마 맘에 어떻게 쏙 들겠는가?


그중 유독 엄마가 불편해하는 사위가 있다.

바로 채운의 짝꿍 이서방이다.

서로 불편해한다.

내가 짐작하는 이유는 있다.

채운과 이서방이 결혼하기 전 부모님께 인사하는 자리에서부터 엄마는 이서방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었다.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슬롯생활을 하는 동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에게 친밀감을 느끼는지 적의감을 느끼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예민하게 인지하는 인간들이 살아남았다. 그래야 무리에 섞여 사냥도 같이 하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장모는 이서방이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서방은 엄마의 셋째 사위가 되었다. 집안의 대소사 때마다 둘은 데면데면하였다. 서로 불편한 것이다. 가끔씩 친정에서 여러 식구들이 모두 모일 때도 이서방은 엄마집 현관으로부터 기껏해야 2미터 이내까지만 들어온다. 엄마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늘 그랬다. 그것을 엄마가 못 느낄 리가 없다. 서운한 마음을 풀지 않는 셋째 사위가 엄마도 불편하고 서운했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 중에 회식하다 술에 취하면 장모를 원망하던 분이 있었다. 늘 똑같은 레퍼토리로 장모를 원망했다. 결혼 전 자신이 맘에 안 든다며 결혼을 반대했었다고......

허 참!! 그게 그리 상처가 되었었나 보다.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이 알코올에 의해 이성의 끈이 풀어지면 그리 억울한 감정을 쏟아내곤 했었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거부당하는 기분은 정말 고약하고 상처를 남긴다.


그때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결심했었다.

나중에 우리 아들들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소개할 때,

절대 반대하지 말아야지!

만약 맘에 안 들어도 절대 내색하지 말아야지!!


그런 이서방이 병에 걸렸었다.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수두나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면역력 약해진 환자의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의 수포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감기 몸살같은 발열, 피부 감각 이상이 나타나다가 좀 더 지나면 붉은 발진과 수포가 발생한다.

엄마는 이서방의 발병 몇 달 전에 대상포진으로 엄청 고생하셨다. 뜨끔뜨끔 거리며 찾아오는 엄마의 통증을 지켜본 나는 바로 내과로 달려가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했다.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예방접종을 하면 아무래도 잘 안 걸릴테고, 걸려도 증상이 훨씬 경미하게 지나간다고 한다.


오랜만에 처가에 들른 이서방은 자신이 걸린 대상포진 이야기를 장모에게 했다.

역시 현관 가까운 거실 끄트머리에 앉아서....

사위의 이야기를 듣던 엄마의 얼굴은 평소와 달랐다.

사위가 느끼는 통증을 온전히 바로 직전에 겪은 엄마는 안쓰럽고 가여운 눈길로 사위를 위로했다.


따뜻했다.


동병상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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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의 <동병상련>을 운촌 쓰다








동병 상련



채운


통증은 안으로 삭이고

상처는 밖으로 새긴다

사위랑 장모

십여 년을 데면데면 살았다

'대상포진' 그 한 마디에

장모의 눈빛 한없이 따스해졌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