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by운촌



요즘 마음을 빼앗긴 드라마가 있다.

모.자.무.싸.....<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인생 드라마를 만났다.

저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뭔가 가슴을 쳤다. 퉁!

난 조용히 마음을 찌르는 대사가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가 그렇다.

제목부터 남다르다.


오래전에 정말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재밌게 봤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의 슬픔이 묻어있는 낮은 목소리와 아이유의 슬픈 표정이 날 꼼짝 못 하게 했던 드라마다.

박해영 작가는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진솔하고 훌륭한 대사로 표현한다.

그래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나와 같은 인물들을...... 그냥 막 응원하게 된다.

나처럼 아프고,

나처럼 완벽하지 않고,

나처럼 삶을 버티고 있는

드라마 속 나, 나, 나.. 들을....

서툴고, 외롭고, 찌질하다....

그래서 나 같다.


그녀의 드라마에는

사람을 품어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어른 박동혁이 있어 좋았던

<나의 아저씨>

그리고

하루를 버티며 무너지지 않게 애쓰며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염미정과 구씨가 나왔던

<나의 해방 일지>


이번 드라마는 좀 다르다.

지켜보고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킨다.

관계를 정리하게 하고 판을 바꾼다.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도 좋고, 함께 있으면 따뜻한 사람도 좋다.

하지만 나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은 더 멋지다.

내 편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막 힘이 나고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누군가는 관계에서 소외되고

누군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상처받고

누군가는 사랑받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

살아보니

우리가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삶의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즉,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은, 그것을 바라보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면

세상을 견디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진다.

실수를 해도 무너지지 않고, 덜 불안하고

나를 증명하려고, 덜 애써도 되고

혼자 있어도, 덜 외롭고

자기 자신에게도 더 다정해질 것 같다.


특히, 나를

고치려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의외로 숨을 쉰다.

사람을 살게 한다.



<나의 아저씨> 속의 이지안(아이유)와 박동혁(이선균)처럼


<나의 해방일지> 속의 염미정(김지원)과 구씨(손석구)처럼


<모자무싸>의 황동만(구교환)과 변은아(고유정)처럼



정말 행복한 사람은

대단한 성공을 이루거나

대단한 사랑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게 된다.

그러면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어떤가?

내 옆에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






채운의 시 <생의 바깥> 중에서 운촌 쓰다.








생의 바깥


채운



그저 옷깃 슬쩍 닿았을 뿐인데

이 기시감의 출처는 어디인가

후미진 전생의 갓길에서였을까

코발트빛 하늘이 드리운 날은

온 마음 구름이 되어

잔잔한 바람결에도 두리둥실 떠다녔지


날 것 그대로의 설램만으로

우주의 모퉁이를 돌다 맞닥뜨린

놀람과 반가운 낯빛 감추지 못해

들뜬 마음 금세 다 들켜 버리고

외로운 심사 다 들통이 나 버렸지


그러나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 것을 보네

가장 가까이서 가장 아득함을 마주하네

다가갈 수 없어 아스라한 손짓뿐

너무 멀리 있네요, 당신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