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 지옥주

GAS 누구야?

by김상욱

오후의 과업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야간 과업을 했다.
보통 야간에는 IBS(고무보트) 훈련을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병, 부사관, 장교들 7명이 한 팀을 이뤄서 육상에서는 보트를 머리에 이고 기동을 했고, 해상에서는 노를 저어 이동했다. 이미 오전과 오후 훈련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일반학 4주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그 유명한 지옥주가 시작이 되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지옥주가 시작될 거라는 것을 알기때문에, 늦은 시각이지만 긴장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렇게 12시가 되는 순간. 전쟁이라도 터진듯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 사이렌소리 등이 울려 퍼지게 된다.

실제 당시 지옥주 시작때 사진

정신없는 와중에 얼차려가 시작되고, 이어서 제사를 지낸다.

염라대왕님께 훈련의 안전을 빌며 제사를 지내는 중이다

5일. 약 110시간 정도 잠을 안자는 훈련이기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헛것도 보는 그 5일동안 사고가 일어나지않게 해달라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지옥주가라는 노래도 부르면서 염라대왕에게 무사안일한 지옥주를 보내도록 빈다. 그리고 몇시간의 냉수욕(차가운바다에 들어가서 그냥 버티는 것이다) 다들 춥기때문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뒷사람이 소변이라도 싸주면 따뜻해졌기에 기분좋아지곤 했다. 더러운 것은 상관없을만큼 그만큼 추웠었다.


실제 당시 지옥주때 냉수욕.


그리고 바로 훈련에 들어간다.

훈련은 별거 없다.
배를 끌고 어디든지 간다.
옛날에 그런 말이 있지않았던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 말이 UDT에서는 맞는 말이다. 우리는 보트를 이고 산도 가고 바다도 가고 하면서, 단 한순간도 자지않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야간 ibs 기동

대소변조차 밖에서 해결하면서(지옥주내내 건물안으로 들어가본 기억이 없다)
휴지는 사치였다. 산이면 풀. 바다면 미역으로 닦았다.
(가끔 얼차려로 바다에 입수 할때가 있었는데, 그때 마다 바다 안에서 큰 일을 보는 친구들때문에 그 큰 덩어리들이 바다위를 떠다니는 모습을 보곤했다. 사실 나도 급할때는 볼일을 봤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보트를 머리에 이고 달리기를 할때였다. 특히 골대에서 꼬리잡기를 할때면, 정말 너무 힘들어서 그냥 목숨이 끊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IBS 꼬리잡기

그 와중에 잠을 5일이나 안자다보니 에피소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몇가지를 적어보겠다

1.이틀차였나, 비가 너무와서 야외 오두막같은 곳에 교육생들을 잠시 앉혀놓고 정비할때였다.
당시 4열 종대로 앉았었는데, 4열 종대에서 제일 앞에 앉은 사람이 졸면 그 열 전체를 입수시켰다. 운이 없었는지 내가 앉았던 열의 1번 훈련병이 자꾸 졸아서 입수해서, 결국 내가 첫번째 자리까지 앉게되었다(나는 정말로 기필코 지옥주에서 졸은 기억이 없다) 나는 정말로 졸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팀원들에게 나만 믿으라고하고 1열에 앉아서 두눈 시퍼렇게 뜨고 이근 선배를 바라보고있었다.
한 30초 쯤 지났을까. 아까먹은 밥이 잘못 되서인지, 많이 먹어서인지 배가 부글부글 끓었고, 시퍼렇게 보는 와중에 엉덩이를 살짝들어 방귀를 뀌었다.

'뽕'

뀌자마자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고 이근 선배가 한마디 했다
"GAS 누구야?"
나는 손을 들었고, 비오는 밤, 나때문에 우리 열 뿐만이 아니라 총원 입수를 하게 되었다.

지옥주 당시 나의 모습. 식판을 넘치는 밥의 양을 보면 그 당시에도 식탐이 강했던 것을 알수있다.

2.바다에서 배가 나가려면 팀원들이 한마음으로 같이 페달링(배에서 노를 젓는 행위)을 해야한다. 우리 팀원들중 장교나 부사관들이 졸아서 키를 똑바로 잡지도 않고 페달링도 제대로 하지않았다(수면을 안한지 3일차이니 그럴만도 하다. 이해는 한다)
다들 예민해있던 찰나에, 내 동기(이병)가 열이 받았는지 페달(노)을 들어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장교(중위)의 머리통을 페달로 후려쳤다. 밖의 군대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3일을 잠을 안자다보니, 그런일이 실제로 벌어졌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창을 갔어도 할말이 없다.

3.헛것을 보기도 했다. 한밤중 페달링을 하던 와중에, 자꾸 63빌딩 같은 건물이 나를 따라오기도 했었고, 다른 동기는 바다에 맥도날드가 있다고 뛰어들기도 했다.

4. 3일차 저녁쯤에는 약 한시간 정도 선배와의 만남을 할수있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치킨과 피자등을 가지고 우리를 만나러온 선배들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할머니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흙뭍은 맨 손으로 치킨과 피자를 먹고 온몸 구석구석에 초콜릿을 숨겨놓고 나서) 사실 할머니에게는 내가 UDT에 간다고 얘기하지않았었다. 할머니가 걱정하실까봐 공익간다고 얘기하고 UDT를 간것이었는데, 전화를 받으시자마자 내가 펑펑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너무 웃긴 얘기들이 많았지만, 글로 그 vibe를 살리기가 참 힘들다.

3일차까지는 졸리지만, 그 이상이 지나면, 졸립지는 않았다. 고통때문인지 정신이 더 또렷해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5일차. 마지막날이 되었고, 마지막 얼차려를 끝으로 약 110시간의 지옥주를 마치게 되었다.


가운데 이근 선배와 내가 보고 눈물 흘렸던 태극기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태극기를 보기전까지는 지옥주가 끝난것을 몰랐다. 지옥주의 끝이 다가올수록, 기합의 강도가 너무 심해져서 너무 힘들고 무서웠다. 그렇기에 지금 저 순간 조차도 또 무슨 기합이 기다리고 있을까하면서 온몸이 긴장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뒤로 돌아" 라는 교관의 말.

우리의 앞에는 커다란 태극기가 나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짜사나이 교관으로 유명한 이근 대위가 앞에서서 얘기했다.
"여러분들은 이제 UDT 기본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딱 이 말을 듣자마자 온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교육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교관들은 우리에게 따뜻한 말을 한번도 해준적이 없었기에. 그때 우리에게 해준 그 말과 교관님들께서 우리들에게 한명한명 일일히 해준 악수는 죽어서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을것이다.

그리고 그때 태극기를 보고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내 몸바쳐 나라를 사랑하겠다.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에게 이런 감동과 기쁨을 주는 일을 할 것이다"
그때는 그 순간에는 그것이 격투기가 될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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