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주.격투기를 그만둔다는 것.

나에게 글쓰기란.

by김상욱

며칠 전, 격투기 시합을 보는 중. 몬스터 김재웅 선수의 승리 인터뷰를 우연하게 보았다.


강한 선수와 싸우고 싶고, 승리만을 위한 경기가 아닌 팬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화끈한 경기를 하고 싶다 하는 인터뷰였다.

모든 마음이 공감이 갔지만, 내가 특별하게 더 공감이 갔던 부분은 경기장 위에서 했던 인터뷰가 아닌, 백스테이지에서 했던 인터뷰였다.


"격투기 선수를 은퇴를 하는 순간, 뭔가 인간적으로 퇴보 할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찡하게 마음을 울렸다.

많은 격투기 선수들이 은퇴를 하고 나서 돌아오는 이유가 아닐까.

격투기 하나만 바라보던 삶에서 은퇴하고 나면 삶을 불태울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과거의 자신보다 나아지겠다는 마음이 없어지고 그럴 필요도 없어지기에, 발전이 아닌 퇴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공허해진 마음을 다시 채우기 위해, 그리고 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사실 가슴속에 꺼지지 않은 뜨거운 불꽃을 다시 불 피우고 싶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싸워서 이기겠다는 마음. 그것 덕분에 삶이라는 바퀴를 굴리고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 마음이 없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재료는 안에 모두 있지만, 마치 불이 꺼진 아궁이에서 음식이 되길 기다리는 느낌이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불이 붙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0/9 afc 인제 시합

가슴속에 더 나아지고, 더 강해지겠다는 뜨거운 목표가 있었던 삶.

승리에 기뻐할 때도 있지만, 패배에 좌절할 때도 많은 삶.

한 치 앞을 모르는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삶


그런 삶을 떠난다는 것은

마치 항구에 정박하는 튼튼한 배 같은,

탄환이 있지만 쏘지 않는 총 같은,

물질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무엇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기텀이 빠른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12/7 경기가 또 잡혔다)

시합이 끝나고 나면, 하루이틀정도 기쁘지만, 그 이후로는 가슴속이 공허해진다. 그리고 마치 내가 무엇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기에. 총이라도 맞은 듯한 공허한 마음을 잊고 달래기 위해 새로운 상대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후회할 것임을 알기에,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은퇴하고 싶다는 마음이나 말을 꾹꾹 참는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인간으로서 성장한다고 느낀다. 시합을 준비하며 고통을 인내하고, 감동을 받고, 남들에게 영감을 주고, 패배와 승리를 거치면서 성장을 한다.

김재웅 선수가 말한 '퇴보'의 반대, 성장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하지만, 격투기는 언젠가는 그만두어야 하는 일이다.

언젠가 그 순간이 온다면, 격투기가 아닌 다른 쪽으로 가슴속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나는 그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얼마 남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짧으면 3년. 길면 5년이다. 그 시간 이후에 나는 과연 어떻게 가슴속 불씨를 유지할 것인가?


다행히도 우연치 않은 기회로 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가슴을 뜨겁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오래전부터 써왔던.

격투기를 데뷔하기 전,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활활 타오르다 못해 아궁이조차 녹여버릴 것 같은 온도로.

피해도 되는 폭풍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뚫고 지나가는 배의 선장처럼.

그런 마음으로 글을 적고 있다.

그렇게 글을 적다 보면, 뿌연 안갯속 같은 내 속마음이 찬찬히 걷히는 느낌이 든다.


나조차도 나를 몰랐지만,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나가기에.

가슴속의 불꽃은 글을 쓰면서 더욱더 커져나가는 느낌이다.

2015년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을때 썼던 글.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그렇게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내 가슴속의 불씨를 옮겨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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