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선택까지

by은파랑

1950년대 중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정신과 의사 머리 보웬은
환자 가족을 병동에 함께 머물게 했다.

그는 보았다.
가까울수록 감정이 서로 엉켜
누가 누구의 마음인지 흐려지는 것
그리고 엉킴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는 그 힘을 자아분화라 불렀다.
곁에 있으면서도
나로 남는 일

처음엔 선을 하나 그었다.
여기까지는 괜찮고
여기부터는 아프다.

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서자
엉켜 있던 숨이 조금씩 풀렸다.

물러서도 아픈 관계라면
조용히 문고리를 놓을 용기도 필요했다.
그것은 미움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마지막 배려였다.

문을 닫은 방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삼켰던 말들이 가라앉고
지워졌던 얼굴이 천천히 돌아왔다.

회복은 느리게 오는 계절 같았다.

계절을 지나고서야 알았다.
나를 지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내가 나로 앉아 있어도 편안한 사람
그런 곁을 고를 수 있다는 것

선을 긋고
돌아서는 일도
다시 마음을 여는 일도
모두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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