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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으로 그린 지도

by은파랑

언어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방언의 경계를 지도 위에 그려왔다.
어디서 억양이 바뀌고
어디서 낱말이 달라지는지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사실 말의 지도이기 전에
감정이 흘러간 자리의 지도였다.

제주에서는
바람이 말보다 먼저 소리를 키웠다.
작은 소리는 바람이 삼켜버렸으므로
사람들은 거센 말로 자신을 지켰다.

경상에서는
낱말 하나에도 오르내림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곧게 날아가는 활처럼
말은 에두를 틈 없이 과녁에 닿았다.

전라에서는
말끝에 웃음이 걸렸다.
휘어 날아가는 활처럼
웃음 속에 가장 날카로운 것을 숨겨 보냈다.

충청에서는
말이 느릿하게 당겨졌다.
그러나 느리게 당긴 화살일수록
더 정확한 자리에 꽂혔다.

강원에서는
화가 눈처럼 조용히 쌓였다.
소리 내어 내리지 않았지만
쌓이고 쌓여 가장 무거운 것이 되었다.

서울과 경기에서는
화가 뜨거운 채로 나오지 않았다.
식은 말이 되어 건네졌고
식은 말은 더 멀리까지 베었다.

그리고 어느 체제에서는
모든 감정의 흐름이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말이 먼저 지도되고
마음이 그 말을 뒤따라야 했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한 나라의 욕은
같은 모양이 아니었다.

바람이 센 땅에서는 소리로 울었고
산이 많은 땅에서는 눈처럼 쌓여 울었고
물산이 넉넉한 땅에서는 에두르며 웃어넘겼고
권력이 가까운 땅에서는 식은 문장으로 되돌려주었다.

같은 설움도
태어난 땅의 모양을 따라
전혀 다른 소리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지도를 아무리 넓게 펼쳐도
끝에서 발견하는 것은 늘 같았다.

사람은 아플 때
저마다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는 것

소리의 생김새는 달라도
소리를 내야 했던 이유는
어디서나 같았다는 것

이 지도를 그리며
비로소 알았다.

욕은 사람을 망가뜨리는 말이기 이전에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말이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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