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코펜하겐
덴마크의 심리학자 에드가 루빈은
흑과 백으로 그려진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
마주 본 두 얼굴이 보이느냐.
아니면 하얀 꽃병 하나가 보이느냐.
사람의 눈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보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나가 앞으로 나서면
다른 하나는 배경으로 물러난다.
그는 그것을 형태와 배경이라 불렀다.
오래도록
누군가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사람의 표정과 기분과 한숨이
내 눈앞의 전부였고
나는 늘
그 뒤로 물러난 배경이었다.
그 얼굴이 떠난 저녁
비어 있던 자리에
오래 가려져 있던 윤곽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참아 왔던 것과 하고 싶었던 것
배경 속에 조용히 앉아 있던 내가
이제야 형태가 되어 있었다.
잃은 것만 같았던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떠난 사람의 얼굴 대신
내 얼굴을 앞에 세워 두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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