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좋아질 거라는 믿음

by은파랑

1960년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개들에게 피할 수 없는 충격을 반복해서 주었다.

이후 문을 열어두어도
개들은 달아나지 않았다.
애써 보아야 소용없다는 것을
몸이 먼저 배워버린 뒤였다.

그것을
학습된 무기력이라 불렀다.
고통이 사람을 주저앉히는 것은
아픔 자체보다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 때문

세월이 흘러 셀리그만은
연구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충격을 받은 개들 가운데
삼분의 일쯤은 끝내 무기력해지지 않았다.
무기력은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고
오히려 배운 것을 다시 풀어내는 길도 있었다.

그는 말했다.
무력함을 배울 수 있다면
희망도 배울 수 있다.

그러니 믿음은
기분 좋은 상상이 아니었다.
다시 문 쪽으로 걸어가 보는
작은 연습에 가까웠다.

오래 닫힌 방 안에 있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날들이
내 안에 이런 말을 새겨놓았다.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래서 문이 열려 있을 때에도
한참을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작은 일 하나가 풀렸다.
미루던 전화를 걸었고
누군가가 따뜻하게 받아주었다.

하나가 지나가자
마음은 조용히 속삭였다.
'어쩌면, 어쩌면 말이야.'

믿음은 그렇게
큰 확신으로 오지 않았다.
작은 성공 하나
작은 안도 하나가
한 칸씩 쌓아 올린 계단이었다.

완전히 믿지 못해도 괜찮다.
반쯤만 믿어도
발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문고리에 손을 얹어본다.

다시 좋아질 거라는 말을
아직은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나에게 건네며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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