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곰을 생각하지 마

by은파랑

1863년, 도스토옙스키는 여행기에 이런 장난 같은 문장을 적었다.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어 보라. 그러면 그 저주받을 놈이 일 분마다 떠오를 것이다."

그보다 앞서, 어린 톨스토이에게는
형 니콜라이가 던진 놀이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흰곰을 떠올리지 않을 때까지
구석에 서 있어 보라는 놀이였다.
소년은 오래 서 있었지만
곰은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1987년,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오래된 장난을 실험실로 가져왔다.
"흰곰을 생각하지 마세요. 떠오르면 종을 울리세요."

참가자들의 종은 쉬지 않고 울렸다.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 사람들이
마음껏 생각하라던 사람들보다
더 자주 곰을 떠올렸다.
웨그너는 이것을 역설적 과정이라 불렀다.

마음에는 두 명의 일꾼이 산다.
한 명은 "떠올리지 마"라고 지시하고,
다른 한 명은 지시를 지키려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계속 확인한다.
확인하는 일은 곧 떠올리는 일이어서
금지가 곰을 키운다.

눌러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속으로 밀어 넣은 공이
손을 놓는 순간 솟구치듯
잠시 잠잠했던 생각은
더 크게 돌아온다.

잊으려 할수록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참으려 할수록 끓어오르는 화가 있다.
괜찮아야 한다고 다그칠수록
더 괜찮지 않은 밤이 있다.

그날 우리는 마음을 이기려 했을 뿐,
마음이 왜 그곳에 서 있는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다른 길을 말한다.
밀어내는 대신 곁에 앉히는 법.
"또 그 생각이 왔구나." 하고
이름만 불러주는 법.
싸움을 멈추면
곰은 슬며시 힘을 잃는다.

마음을 통제한다는 것은
문을 잠그고 소리를 막는 일이다.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문을 열고 물어보는 일이다.
너는 무엇이 무서워서 왔느냐,
무엇을 지키려고 이토록 오래 서성였느냐.

소년 톨스토이가 구석에 서 있던 그 시간에
누군가 다가와 이렇게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곰이 와도 괜찮아. 같이 앉아서 보자."

감정은 다스려야 할 짐승이 아니라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손님이다.
이해받은 마음은 소란을 멈추고
제 발로 조용히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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