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년, 영국 시인 존 던은
프랑스로 떠나는 배를 앞두고
아내 곁에서 시 한 편을 지었다.
'이별을 금하는 작별'
울지 말라, 요란 떨지 말라
죽어 가는 이는 소리 없이 숨을 거둔다.
시의 끝에서 그는
제도용 컴퍼스 하나를 꺼냈다.
다리 둘이 한 몸으로 이어진 연장
한 다리는 한복판에 박혀 서 있고
다른 다리는 멀리 원을 그리며 돈다.
멀리 갈수록 가운데 다리는 몸을 기울인다.
떠나는 이가 그리는 것은 원이고
남는 이가 지키는 것은 중심이어서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원이 닫힌다.
이별(離別)이라는 말을 굴려 본다.
떠날 이, 나눌 별
나뉘되 끝내 갈라서지는 않는다.
남는다는 말도 곱씹어 본다.
남는 것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자리를 지키며 돌아올 길을 붙들어 두는 것
땅에 박힌 바늘 끝은 말이 없지만
바늘이 서 있어서
먼 길도 하나의 둥근 길이 된다.
떠나는 마음은 바람처럼 가볍고
남는 마음은 못처럼 무거워서
같은 사랑이어도 지는 무게가 다르다.
바늘로 남은 날이 있다.
문 앞에서 멀어지던 등을 보며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손을 흔들지도, 부르지도 못한 채
발끝만 땅속으로 깊어 가던 저녁
그것이 사랑의 중심이었다.
멀어지는 마음이 원을 그리는 동안
한 점으로 서서
돌아올 선이 닿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 안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원을 함께 그리는 가장 조용한 방식
당신은 묻는다.
홀로 남아 아프지 않으냐.
대답 대신
땅에 꽂힌 바늘 하나를
당신 발자국 쪽으로 조금 기울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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