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by은파랑

1960년대, 미국 뉴욕의 한 소년원 상담실
가족치료사 살바도르 미누친은
문제를 일으킨 아이를 데려온 가족들을
한 방에 둘러앉게 했다.

그는 보았다.
한 사람이 흔들리면 모두가 함께 흔들리고
누구의 슬픔이 누구의 것인지
서로 구분되지 않는 집이 있다는 것

그는 그것을 밀착이라 불렀다.
사랑이 깊어서가 아니라
경계가 흐려져서
서로의 마음에 쉽게 걸려 넘어지는 가족

그리고 말했다.
건강한 가족에도 선이 있다.
벽이 아니라 문이 달린 선
따뜻하게 드나들되
들어오지 말아야 할 자리는 지켜 주는 선

오래도록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아픈 말을 들어도
가족이니까 하고 삼켰고
서운한 마음이 올라와도
가족인데 하고 눌러 두었다.

그 이름은 이상하게도
내 마음의 모든 문을 열어 두라고 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다치는 자리도 더 깊었다.
참은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명절 밥상 아래에서 조용히 식어 갔다.

가족을 사랑하는 일과
가족 앞에서 나를 지우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었다.

오늘은 문 앞에 서서
들어오게 할 것과 돌려보낼 것을
천천히 가려 본다.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 둔 채


은파랑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은파랑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은파랑은 얘기꾼입니다.

5,30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3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6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3화좋은 관계는 나를 작아지게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