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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는 나를 작아지게 하지 않는다

by은파랑

16세기 피렌체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커다란 대리석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돌 속에는 이미 형상이 들어 있고
나는 그것을 가린 것을 덜어 낼 뿐이다.

1999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드리고타스와 캐럴 러스벌트는
그 말에서 하나의 이름을 빌려 왔다.
미켈란젤로 현상
가까운 사람이 서로를 조각하듯
저마다 되고 싶던 모습 쪽으로
서서히 이끌어 준다는 것

그들은 보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사람 곁에서
사람은 더 나은 자신에 가까워진다는 것
깎아 내는 손이 아니라
드러내 주는 손이 있다는 것

오래도록
작아진 채로도 곁에 있었다.
말끝은 짧아지고
웃음은 조심스러워지고
하고 싶던 일들은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 앞에서는
내가 가진 것이 늘 모자라 보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 곁에서는
같은 내가 조금 더 크게 웃었고
묻지 않은 꿈을 먼저 꺼내 놓았다.
돌아오는 길에 어깨가 가벼웠다.

좋은 관계는 나를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원래의 크기로 돌려주는 일이었다.

오늘은 만남이 끝난 뒤의 나를 가만히 살펴본다.
더 펴져 있는지
더 접혀 있는지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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