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다

by은파랑

1923년, 뉴욕의 작은 작업실
레바논에서 건너온 한 시인이
'예언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바카라 속에서 알무스타파는
떠나는 배를 기다리며
오르팔레스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결혼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그는 함께 서되 너무 가까이 서지 말라고 했다.
사원의 기둥도 서로 떨어져 서 있다.

사랑하되 묶지 말라는 말이
처음에는 서늘하게 들렸다.
사랑이란 붙드는 것이라 배웠다.

유대(紐帶)라는 말을 굴려 본다.
紐는 끈, 帶는 띠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맨 매듭이다.

매듭은 마음을 붙들지만
붙들린 마음은 숨이 가쁘다.
꼭 쥔 새는 따뜻하되 노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인은 바다를 말했다.
바다는 두 기슭을 끊어 놓는 듯하나
실은 두 기슭을 서로에게 닿게 하는 물

밀려오고 밀려가는 동안
기슭은 매일 다른 얼굴로 젖고
젖은 만큼 서로를 기억한다.

자유라는 말도 곱씹어 본다.
스스로 말미암는다는 뜻의 自由
제 안의 까닭으로 곁에 머문다는 말

그러니 자유로운 사랑이란
떠날 수 있는데도 머무는 일
문이 열려 있는데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일

매듭짓고 싶던 날이 있다.
놓으면 사라질까 두려워
손아귀에 힘을 주던 저녁들

하지만 움켜쥘수록 사람은 멀어졌고
손을 펴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출렁임이어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사이에
서로 깊이가 조금씩 깊어 갔다.

당신은 묻는다.
놓아주면 떠나가지 않겠느냐.

대답 대신
두 기슭 사이에
잔잔한 물 한 줄기를 흘려보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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