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뉴욕의 작은 진료실
정신분석가 카렌 호나이는
오래 마주 앉은 환자들에게서
같은 문장을 들었다.
내가 먼저 숙이면
적어도 다치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는 그것을 사람 쪽으로 걸어가는 마음이라 불렀다.
맞서지도 달아나지도 않고
상대 곁으로 먼저 다가가
사랑을 얻어 내려는 오래된 방어
미안하다는 말은
때로 사과가 아니라
문을 닫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우리도 그랬다.
아픈 건 나인데
고개는 내가 먼저 숙였고
괜찮다는 얼굴 뒤에서
다친 마음은 말없이 서 있었다.
사과를 건넬수록
내 자리는 한 뼘씩 작아졌다.
이제는 알 것 같다.
평화를 지키는 일과
나를 지우는 일은
아주 다른 일이라는 것
미안하다는 말을
조금만 아껴 보려 한다.
그 자리에
내가 아팠다는 말을 놓아두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