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거리가 먼 간헐적
간헐적이라는 단어
요즘 많이 듣는다.
왜?
간헐적 단식이 꽤 많은 사람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음식이 들어오는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나 건강을 지키려는 방법이다.
24시간 중 4~6시간 정도만 식사시간으로 쓰고 나머지 20~18시간은 공복으로 두어 위장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는 간헐적인 인간이다.
나에게는 시즌이 있다.
뭔가 잘돼서 꽂히는 기간말이다.
그게 관계일 수도 있고
작업일 수도 있고
기분일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시즌에는 정말 다정하다.
그러나 비수기가 되면 다시 사납고 왕왕 소리치는 엄마로 돌아온다.
이 비율이 바뀌면 좋으련만…
다정함은 짧고 사납고 매서운 기간은 길다.
그림이나 글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가 한 번에 다 잘되는 건 당연히 안되지만
한 가지만 간헐적으로 하고 싶어 지는 시즌이 생긴다.
글이 막 쓰고 싶어서 될까? 하면서 나도 소설 같은걸 써보자 하면서 12회까지 이야기를 이어가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비시즌이 되어서 그 12회를 읽으니 너무 지루하고 사건도 없고 문체도 별로 맘에 안 들어서 처박아 두었다.
비시즌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즌동안 했던 것들이 참으로 남루해 보인다.
이런 시즌이 되면 시간이 엉망이 된다.
육아를 해야 되는 엄마가 자꾸 새벽까지 디바이스 켜놓고 뭘 하려고 하니 낮시간에 아이들을 볼 때 피곤해진다.
저질 체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 잘할 수가 없다.
그림작업 그림바카라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물이 들어오는 때를 기다려야 된다.
나는 한번 정도 경험했다. 내가 그림바카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 물이 3년 전에 오고 아직 오지 않고 있다.
나에게는 이 밀물과 썰물 같은 주기가 한 가지 주제로만 오지 않는다.
그것이 자꾸 바뀐다.
한 가지였다면 난 그 한 가지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만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주변 작가님들을 보면 이미 다작을 하셨고
그것이 부럽고 좋아 보인다.
나에게 아이디어가 없는 건 아닌데
무라카미하루키 같은 거장의 꾸준함이 나와는 거리가 멀다.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 어떤 것이 들어오면 그것을 해야 된다.
그래서 그것을 하다가 소진이 되면 휴지기에 들어간다.
아직 너무나 미천하고 훈련이 되지 않고 깊지 않아 그럴지도 모른다.
퍼올릴 물이 없어서 대는 핑계일지 모른다 밀물이 와야 한다고.
물들어오면 노를 저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말한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언가 계속 움직이고 해 왔고 시도해 왔다고 말하고 싶다.
나한테 남아있는 결과는 뭐가 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간헐적으로 할 수 있을 때마다 무언가를 해왔다고
최근에는 간헐적 시기가 시작된 것이 글을 적어보려는 것 같다.
글을 아무렇게나 써 내려가면서 기대를 한다.
그림바카라이나 그리에 대한 새로운 마음이나 생각들이 또다시 나를 방문해 주기를
그래서 어쩌다가 오랜만에 한 번씩 오는 커다란 파도를 타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