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가 왔다고 칩시다
눈물샘은 자율신경계인가 보다.
뇌가 통제할 수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뇌의 여러 부분들 중 감정을 억제하는 이성적 부분이 눈물을 자극하는 감정의 뇌 부분에게 졌다.
눈물이 또르륵 떨어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구역모임을 원래 안 가려다가 참석해서 인사정도만 하고 아이 진료예약 때문에 일찍 나오려고 했다.
일찍 나가려니 첫 순서로 예배 때 느낀 점을 나누고 기도제목을 말하라 해서 우리 가족이 되었는데
남편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이들이 점점 커가 기 때문에 머리가 커지고 그로 인해 집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종종 나는데 그것이 줄었으면 한다는 말을 꺼냈다.
남들이 들을땐 애들끼리 싸우나 보다 했겠지만 나는 안다. 저 싸움의 주체는 나와 첫째라는 걸.
웃으며 듣다가 내 차례가 되어 간단히 말하고 나가려는데 마음에 찔려서인지 첫째를 버거워했던 마음 때문인지 제삼자 같이 말하는 남편이 갑자기 서운했던 것인지 눈이 붉어지더니 갑자기 또 눈물이 나면서 한껏 분위기를 또 잡치고 있었다.
서둘러 말을 맺고 인사를 하고 나왔지만 마음이 너무 이상했다. 그러면서도 가족 앞에서 다시 울 것 같은 내색을 하지 않아보려 했다.
아이 진료가 끝나고 우리는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남편과 아이들을 나를 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계산대 앞에서 만나는 식이다. 나를 찾는지 안 찾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카트에 고른 것을 담아야 돼서 눈으로 나머지 가족들을 찾기 위해 온 사방을 훑고 다닌다. 결국 계산대에서 이미 계산을 다 마친 상태였다. 난 마지막에 고른 아이 간식용 젤리박스를 계산하지 못하고 선반에 두고 계산대 밖으로 빠져나갔다. 남편은 내 가방을 들어 보이며 자기 물건은 챙기라는 말 한마디를 했는데
이런…
터진 것 같다.
마트 피자코너에서 아이들이 피자를 먹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쳐다보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아까 낮에 작별인사 선물로 남기고 간 티슈 세트 선물 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꺼내 눈 주변과 입 주변의 눈물을 찍어 누르고 콧물까지 닦아냈다.
그 뒤로 계속 내 마음속에 서운함은 유령같이 떠돌았다. 장 본 것을 남편이 싣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차량 좌석에 앉아서 또 눈물을 닦고 있었다.
차 문칸 손잡이에 눈물을 닦은 휴지를 두었는데
이내 마트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때 남편은 뒷문까지 열어 구석구석 쓰레기들을 주워 버렸다 내 눈물이 젖은 휴지도.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눈물은 조금씩 잦아들어갔다
그때 바로 옆에 앉은 두찌가 엄마 왜 눈물이 나? 하고 묻는다. 나는 하품해서 그런가 봐. 하품하면 눈물이 나오느냐고 묻는 말에 피곤하고 졸리면 하품할 때 눈물이 나기도 해 하면서 얼버무렸다.
그랬더니 두찌는 똘망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꼬옥 앉아준다.
나는 안아주고 다시 제자리로 가려던 두찌를 다시 끌어안고는 머리카락을 부비고 정수리 냄새를 맡는다
아이냄새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질이면 나는 조금 마음이 괜찮아진다.
남편은 장 봐온 삼겹살로 저녁에 고기 구워 먹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
상추를 씻고 통마늘을 물에 불려 껍질을 까고 구워 먹을 버섯을 잘랐다. 그릴을 꺼내 식탁에 비닐을 깐 뒤 올려두고 일회용 접시들을 가족수만큼 꺼냈다.
아이들은 고기파티라며 들떠했다.
고기 굽는 동안 첫찌에게 내일 생일인 친구에게 생일카드를 좀 쓰라고 했다. 아이는 영어로 쓸 말이 생각이 나지 않기도 하고 동생이 티비를 틀어놔 정신이 산만해 집중이 안 되는 눈치였다. 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잘 시간이 다되기에 지금 쓰라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쓸 말이 생각이 나겠냐고, 이따가 좀 쓰는 것 좀 봐줘야 할거 아니냐고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팩 소리를 지르며 폭발해 버렸다.
정적이 좀 흐르고 남편은 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먹었다.
나는 설거지를 했다.
그만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싱크대에 남아있는 설거지를 다하고 남아있는 물건은 모두 정리했다.
설거지가 오래 걸리자 아이들은 엄마 어서 와서 먹으라고 했다. 첫찌는 지금 오지 않으면 남은 고기는 엄마가 다 먹어야 한다고 했다. 두찌는 형아가 한 말을 따라 하며 엄마 언제 오냐고 했다.
그냥 이층으로 가버리고 싶었다.
사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계속 울었다.
눈물이 나면 오븐에 걸어둔 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또 닦고 그러고 아무 소리 없이 설거지를 했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아빠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고 애들 아빠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었다.
할 일이 끝나고 나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내가 가버리면 눈치를 볼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이층으로 올라가면 곱게 갔을까… 아마 쿵쿵 거리며 화난걸 있는 대로 드러내며 문을 쾅 닫아버렸겠지.
난 그냥 설거지를 하면서 내 안에 차 있던 눈물을 혼자 비워내고 마른 얼굴로 별일 없다는 듯이 밥을 먹었다.
삼겹살은 맛있었다. 김치도 꺼내고 까먹고 꺼내지 못한 양파도 썰어냈다.
고기 굽는데 안 먹고 이층 가서 굶으면 나만 손해니까 등신처럼 굴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누가 나 속상한 거 알아주지도 않고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 울어도 왜 슬픈지 물어봐주지 않는데 등신같이 밥까지 굶을까 싶다.
그냥 먹었다.
자존심도 자존감도 아무것도 아니구나
굶어 죽을 배고픔도 아닌데
고기냄새가 좋았던 것일까? 아이들 마음이 신경 쓰였을까.? 그냥 저녁때니까 밥을 먹은 것뿐이다.
그래 뱃속은 찾는데
그래서 내 마음은 어떤 걸까 배고프면 마음도 괜찮아지는 걸까.
종일 울다시피 했는데
울다가 눈물이 그치면 그냥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거다.
잠깐 쉬다 잠들면 또 내일 일어나서 또 뭐가 있으면 눈물 지을 일이 있겠지
또 화가 나고 속이 터지는 게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도대체 왜 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