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할 때

뭘 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

bymu e

첫찌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하라고.


아이는 하고 싶은 게 많다. 기타도 치고 싶고 종이 접기도 하고 싶고 티브이도 보고 싶고 과자도 먹고 싶고 만화바카라도 보고 싶고 로블록스게임도 하고 싶고,

그런데 나는 그때마다 그만이라고 말한다.

먼저 할게 뭔지 아이에게 말하고 그걸 다해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게임은 거의 허락해주지 않는다.


첫 찌는 집에서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친구들을 웃기느라 수업시간에도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번 주의를 듣고 아이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혼도 많이 내보고 타이르기도 많이 했다.

집에서는 엄마의 통제에 의해서 해야 되는 것들을 하지 않으면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가 없다.

그래봐야 숙제정도이다. 따로 열심히 공부를 시키거나 학원공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태권도 기타 학원 등으로 평일에 자유시간을 가질 시간이 많지는 않다.


아마 아이는 엄마가 너무 자기에게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 살고 있어서 선행학습 이런 건 언감생심 꿈도 안 꾼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그냥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잘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전부를 알 수가 없다. 무엇을 배우고 있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전부를 알 수는 없다.

아직도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어린 아이고 덤벙대며 장난치는 데다가 야무지지 못해 이것저것 빼먹기를 잘하는 아이다.


아이 자체가 걱정이 되는 것도 있지만 첫찌에게 나를 대입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46살이 되어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살아도

오늘은 처음인 삶이다.


첫찌를 보면 그런 느낌이다. 아직 모르는 한 발 앞을 내딛는 마음으로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느낌이다. 이 아이의 다음 그다음이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첫찌는 아직도 내 마음에 걱정 염려가 가득하고

두찌는 사막에서도 살아갈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서 자꾸 엄해지고 엄격해지고 싶어 한다. 헛디뎌 넘어질까 그것을 대비해 보려고

하지만 매번 닥치는 상황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언젠가 동생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앞으로 아이들은 뭘 해야 될까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근데 사실 그 이야기는 나한테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뭐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다.

아이에 대한 불안은 사실은 나 스스로에 대한 불안이다.

나 뭐 해 먹고살지? 이 불안 말이다.


직업을 포함해 평생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지금 어찌어찌 이곳에서 학교 방과 후 교사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작년 9월부터 일을 했으니 몇 달이 지났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설렘도 지나가고 이제는 나의 역할을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외국인으로서 애들을 대하는 것도 많이 부족한 것을 느끼고 있다.

언어의 불편함도 아이들 대하는 태도도 개선해야 될 것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이일을 언제까지 할지 한국에 돌아가서는 어떤 것을 하게 될지

그림바카라은 계속 만들 수 있을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또 내가 작가로서 업을 가질만한 능력이 되는지

이런 고민은 살아가면서 계속된다는 걸 이미 알고 받아들였지만 매번 아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정확한 답이 없는 이런 삶을 어떻게 걸어갈까


이런 고민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편이다.

나의 염려를 주님께 맡기라는 말씀도 있는데 잘 실천이 되지 않는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당연히 해야 되는 고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해법이 나와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살아가다 보면 우연한 기회와 타이밍과 스스로 발견하는 열정과 무언가에 의해서 무수히 다른 삶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나와 아이들에게도 그런 일들이 살아가는 나날들 동안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

오늘은 이 정도에서 생각을 마무리를 짓고 이제 글을 맺고 일을 하러 가야겠다.


시간은 막히지 않고 흘러가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타고 있는 나의 마음은 멈춰진 것처럼 막막하다.

그러니 막막할 때는 또 시간을 타고 만나는 어떤 일들이 오기까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음을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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