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것들의 태도

3장. 사이- 불가사리

by바다별다락방



앵무의 울음이 사라진 뒤에도 반복되던 문장들은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들이 같은 자리에서 맴돌기보다 어디론가 튈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처음 꿈속에서 보았던 형상들을 떠올렸다. 분명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동물들의 윤곽이 주변을 맴돌고 있던느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화면의 빛이 방 안을 조금 밝게 만들었다. 손가락이 검색창 위에서 잠시 멈췄다. 정확히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그는 동물의 이름들을 하나씩 입력하기 시작했다. 상상인지, 오래된 기억인지, 아니면 방금의 혼란이 만들어낸 잔상인지 분간되지 않았지만, 그 형상들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미지들이 화면에 떠올랐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윤곽. 꿈속에서 본 것과 닮아 있었다. 그는 마우스를 천천히 움직이다가 한 형상에서 멈췄다.

불가사리.

낯설었다. 코끼리를 닮은 몸체, 단단한 다리, 둔중한 윤곽. 설화 속에서는 쇠를 먹고 자라난다고 했다. 억눌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존재.그는 숨을 멈춘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 형상처럼 왜 자꾸만 생각이 증식하는지. 억누르면 사라질 줄 알았던 감정들이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적어도 이번에는 그 감정을 삼키지 않았다. 밀어 넣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았다. 불가사리처럼, 그의 감정도 눌린 자리에서 더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화면 속 모습은 둔중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먹어치우고 파괴하는 존재가 아니라,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힘처럼 느껴졌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형상을 지키려 애쓰는 동안, 자신은 늘 작아지려고만 했다는 것을. 억누르고 줄이고, 덜 드러내고. 그리해도 감정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른 모양으로 자라났다.


불가사리는 그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삼키지 말고, 자라게 두어라.’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복잡함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는 모니터의 마우스 커서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커서가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커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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