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두다

3장. 사이-금계

by바다별다락방




그 순간, 낯선 소리가 공기를 가르듯 울렸다. 그는 알람이 울린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소리는 방 안 어디에서도 나지 않는 듯한데도 분명 그의 안쪽을 건드리고 있었다. 맑고 얇은 울림이었다. 금속을 두드린 것처럼 또렷했고, 잠에서 깨우는 것처럼 선명했다.


그는 몸을 바로 세웠다. 방금 전까지 흐릿하게 겹쳐 보이던 것들이 또렷해졌다. 모니터의 가장자리, 창틀에 맺힌 먼지, 바닥 위에 놓인 연필의 위치까지 눈에 분명하게 들어왔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는데, 모든 것이 조금은 선명해진 듯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리려 했다가 멈추었다. 단어들이 흩어지고, 토끼가 뛰어다니고, 숨이 가빠졌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조금 전 일이었지만, 지금은 물 위에 잠시 일었다 가라앉은 파문처럼 멀어져 있었다.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울림이 머릿속의 공기를 정리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숨을 들이마셨다.


그동안 그는 자주 자기자신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덜 예민해져야 하고, 덜 흔들려야 하고,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생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판단이 고개를 들었다가도 금세 힘을 잃고 내려 앉았다.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어깨가 조금 더 내려갔다. 무엇을 바로잡지 않아도 되는 상태. 무언가를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놓아두어도 괜찮다는 감각이 천천히 몸 안에 퍼졌다.


머릿속의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해해야만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두어도, 그 자리에 있어도, 자신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창밖의 빛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시간은 그가 허락하지 않아도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그 흐름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지금 이 방 안, 이 자리, 이 호흡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그 또렷함은 남아 있었다. 선명하게 깨어 있는 감각. 몽롱함과 흔들림을 지나온 뒤에야 드러나는 맑은 바닥.


그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고치지 않았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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