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비틀리는 순간

3장. 사이-도깨비

by바다별다락방


소용돌이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바닥은 다시 단단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안쪽에서는 여전히 무언가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몸을 움직이고 싶어졌다. 가만히 서 있으면 생각이 더 엉킬 것만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는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숨이 조금 가빠졌다. 불안하거나 복잡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낫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허리를 숙였다. 절을 하듯 머리를 바닥 가까이 가져갔다. 손바닥이 차가운 바닥을 짚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감각을 따라 올라갔다. 온몸이 하나의 선처럼 이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부엌 쪽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툭.

툭.

그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까지는 없던 소리였다. 부엌으로 걸어갔다. 싱크대 위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이상했다. 떨어지는 물이 잠시 공중에서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주 잠깐, 물방울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눈을 비볐다. 다시 보니 물은 곧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싱크대의 색이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하얗던 타일이 푸르게 보였다가, 다시 누렇게 변했다. 식탁의 나무결이 조금 기울어진 것 같았고, 다시 보면 멀쩡했다. 모든 것이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각도가 조금씩 틀어져 있었다.


이게 방금의 소용돌이 때문인지, 예전에 겪었던 공황의 잔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때도 이런 식으로 세상이 낯설어진 적이 있었다. 익숙한 공간이 갑자기 낯설어지고, 자신이 그 안에 잘 들어맞지 않는 느낌.

그는 싱크대를 붙잡았다. 손끝의 차가움이 또렷했다.

그 순간, 식탁 모서리 근처에서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갔다.

작고, 붉고, 번쩍이는 형상.


그는 분명히 보았다. 도깨비의 잔상이었다. 눈이 유난히 강렬했고, 입꼬리는 약간 올라가 있었다.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다음 순간, 그 형상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공기 속의 미묘한 진동뿐이었다.

“진짜인 것 같은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아니면 네가 진짜인 것 같은가.”

그는 심장이 조금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익숙하던 세계가 장난인 듯 뒤틀려 있었다.

“다시 맞춰볼테냐.”

도깨비의 목소리는 엄중하면서도 장난스러웠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싱크대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물은 여전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조금 전, 세계의 각도가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을.

혼란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어긋남이 완전히 거짓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도깨비는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공기 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비틀린 채로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그 낯섦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기로 했다. 불편함은 도망칠 때 더 극대화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갑자기,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 주방의 타일은 다시 하얗게 돌아왔고, 식탁의 나무결은 곧게 놓여 있었다. 싱크대에서 떨어지는 물은 또렷하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공기의 온도도, 빛의 각도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공간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방금 전의 뒤틀림이 꿈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는 익숙했고, 손끝의 감각도 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세계는 돌아왔지만, 그에게는 돌아오지 못한 작은 조각이 남아 있었다. 어딘가에서 살짝 비틀린 채로, 아직 웃고 있는 느낌. 그는 그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 장난스러운 균열이 자신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익숙함은 다시 편안해졌지만,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그는 알았다. 세계가 뒤틀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틈을 잠깐 엿보았다는 것을. 싱크대의 물을 잠갔다. 방은 조용해졌고 도깨비는 사라졌지만, 낯선 감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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