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실수일까요?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그동안 교육상담실에서 학부모님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부가 안 되는 이유부터 시험불안, 고교 선택, 학생부, 진로, 대학입시까지 질문의 범위도 꽤 넓었습니다. 대화를 정리해보니 비슷한 고민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표현은 달라도 결국 같은 문제를 묻고 계신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서 상담실에서 오간 실제 질문들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약 1,000개의 질문 가운데 100개의 질문을 골라, 하나씩 답해보려고 합니다. 가급적 짧게, 읽기 쉽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아이가 시험만 끝나면 실수했다고 합니다. 아는 문제였는데 계산을 잘못했고, 문제를 잘못 읽었고, 시간이 없었다고요. 매번 이러니까 저도 이제는 답답합니다. 정말 실수인 걸까요?
일단 실수했는지부터 따지지 마세요. 뭘 어떻게 틀렸는지를 봐야 합니다.
계산을 잘못했나요? 문제를 잘못 읽었나요? 시간이 부족했나요? 어려운 문제 하나를 오래 붙들고 있다가 뒤의 문제를 급하게 풀었나요?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긴장해서 평소에 하지 않던 계산을 반복했나요? 전부 다 다릅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면 학생도, 부모도 이걸 전부 '실수'라고 묶어버려요. 그러면 해결이 안 됩니다.
저는 예전에 수학 시험지 1,500장 이상을 쌓아놓고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실수하는지를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료를 만들면서 굉장히 분명하게 느꼈던 것이 있어요. 아이들이 모두 같은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 자기가 실수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문제를 끝까지 읽기 전에 풀이를 시작합니다. 어떤 학생은 암산을 과도하게 합니다. 어떤 학생은 식을 전개하면서 중간 과정을 너무 많이 생략합니다. 어떤 학생은 한 문제에 꽂히면 못 놓습니다. 어떤 학생은 시험장에서 너무 긴장해서 풀었던 문제를 또 풀고, 답을 썼다가 다시 고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이 "실수했어요"라고 하면 반드시 실수의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시킵니다.
"자네, 어떻게 실수했어?"
"계산 실수요."
"그러니까 계산을 어떻게 실수했는데?"
여기서 답을 해야 합니다.
답을 못하면 아직 시험 분석을 안 한 겁니다.
Q. 그런데 집에 와서 다시 풀어보면 다 풀어요. 아이도 그래서 더 억울해합니다. 아는 문제였던 것은 맞지 않나요?
아는 문제였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있다'와 '시험에서 맞힐 수 있다'는 구분해야 합니다. 그건 다른겁니다.
수학 문제 풀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질문을 받을 때 제가 보통은 세 가지를 봅니다. (여기서 확실히 진단이 되지 않으면 더 자세히 질문하고 문항분석을 해야합니다.)
첫 번째는 기출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개념과 발상이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서 출제자의 의도를 못 읽는 겁니다.
두 번째는 문제 풀이 습관이 좋지 않은 경우입니다. 풀면서 방향이 계속 바뀝니다. 이 방법으로 갔다가 저 방법으로 가고, 식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시작합니다.
세 번째는 심리적으로 너무 쫄아붙어 있는 경우입니다. 문제를 풀면서 실수가 늘고, 불안하니까 다시 풀고, 다시 확인하고, 시간을 더 씁니다.
셋 다 시험장에서는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해결 방법은 전혀 다릅니다.
첫 번째 학생에게 실모를 계속 풀리면 안 됩니다. 기출문제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만들어야 해요.
두 번째 학생은 초견 풀이 전략을 고쳐야 합니다. 문제를 처음 봤을 때부터 답을 낼 때 까지의 과정을 정교하게 수정해야해요.
세 번째 학생은 공부를 더 시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습심리의 문제를 같이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집에 와서 다시 풀었더니 맞았다는 것만 보고 '실력은 있는데 실수했구나'라고 끝내지 마세요.
그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억울한 건 이해합니다. 워낙 수학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수학시험 억울증'이 생길만도 합니다.
그런데 억울해한다고 점수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왜 시험장에서 점수를 잃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Q. 저희 아이는 어려운 문제는 오히려 맞히는데 쉬운 문제를 자꾸 틀립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걸까요?
그것도 시험지를 봐야 합니다.
저는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문제를 집중력으로 설명하거든요.
어려운 문제를 맞혔고 쉬운 문제를 틀렸다면, 아이가 쉬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부터 보세요. 익숙한 문제를 보면 문제를 끝까지 안 읽고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아, 이거 그 문제." 하고 바로 풀이를 시작해요.
기출 분석을 잘했다는 것은 문제를 보자마자 무조건 빨리 푼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개념을 묻고 있고, 출제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정확하게 읽은 뒤 적절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그런데 유형 문제를 너무 많이 기계적으로 풀면 가끔 반대 현상이 생깁니다.
문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생김새에 반응합니다.
닮아 보이면 전에 풀었던 방식으로 들어갑니다.
조건 하나가 달라졌는데 못 봅니다.
이런 학생에게 "집중해"라고 백 번 말해도 별 의미 없습니다.
그 학생은 집중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판단한 것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험지를 같이 볼 때, 자세히 직면해봐야할 질문들이 있는 겁니다.
"이 문제를 봤을 때 처음에 무슨 생각을 했어?"
"어떤 유형이라고 생각했어? 쎈이나 마플시너지에서 비슷한 문항을 한 번 골라볼까?"
"언제 풀이 방향을 결정했어?"
정답보다 그런 걸 봅니다. 학생이 문제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반응하고, 어디에서 판단을 서두르는지요. 그리고 그 지점에서 고쳐야할 것들이 발견됩니다.
Q. 오답노트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실수를 계속합니다. 오답노트를 더 꼼꼼하게 써야 할까요?
아니요.
더 꼼꼼하게 쓰는 것이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답노트를 정말 열심히 쓰는 학생들이 있어요. 문제도 옮겨 쓰고, 해설도 옮겨 쓰고, 색깔 펜으로 정리도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렇게 씁니다.
‘계산 실수. 다음부터 조심하기.’
이건 공부가 아닙니다.
조심해서 해결됐으면 이미 해결됐겠지요.
학습전략은 종종 굉장히 단순화되어야할 때가 있습니다만 그 모든 것을 '실수'라고 단정하면 안됩니다.
해야 될 것을 하고 있는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고 있는가, 일단 그것을 기준으로 문제풀이의 스텝바이스텝을 쪼개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답 분석은 꽤 진지하게 해야할 작업입니다.
그럼 '계산 실수'가 아니라, '이항한 직후 부호 확인을 하지 않았다.'
'식을 한 줄 생략하면서 항 하나를 빼먹었다.' '문제에서 구하라는 값은 x였는데 중간값 y를 답으로 적었다.'
'14번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사용한 뒤 15번부터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았다.' 등등 여러가지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는 잘못된 습관들이 확인됩니다. 최소한 이 정도까지는 가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시험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생깁니다.
부호를 확인해야 합니다. 중간 식을 생략하지 않아야 합니다. 답을 적기 전에 발문을 다시 봐야 합니다.
한 문제에 쓸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이제야 학습전략이 됩니다.
시험을 망치고 나면 아이가 자기 자신을 쉽게 설명해버립니다.
나는 원래 실수가 많아, 나는 시험만 보면 안 돼, 나는 수학 머리가 없어.... 이런 말부터 끊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 점수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번 시험을 잘못 준비했거나, 시험에서 잘못 수행한 겁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수행할지를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시험이 끝난 뒤 아이가 또 "실수했어"라고 말하면 너무 빨리 위로하지도, 너무 빨리 화내지도 마세요. 우선 진짜 문제가 뭔지 이해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합니다. 틀린 문제를 모으는 것과, 내가 틀리는 방식을 모으는 것은 다른 공부, 그리고 꼭 필요한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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