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비교 속에서 공부 상처가 쌓이고 무너질 때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이번 질문은 친구와의 비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자꾸 친구와 비교해요", "쟤는 별로 안 하는데 잘한다고 해요", "나는 해도 안 된다고 말해요" 처럼 아무래도 학교나 학원에서 만나는 친구들에 의해 공부 자신감이, 자존감이 많이 다쳐서 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들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성적과 등급, 학원 반 배치와 친구들의 말 속에서 계속 비교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비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교 때문에 아이가 자기 공부를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친구와의 비교가 공부를 어떻게 흔드는지, 그리고 부모가 아이를 다시 자기 공부로 돌아오게 하려면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Q. 아이가 자꾸 친구와 비교합니다. "쟤는 별로 안 하는데 잘해", "나는 해도 안 돼", "걔는 원래 머리가 좋아" 같은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자극을 받는 줄 알았는데, 점점 공부 의욕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설적으로,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면 교육적, 상담적 관계에 도움이 안됩니다.
중고등학생들은 비교 속에서 삽니다. 성적표가 있고, 등급이 있고, 반 분위기가 있고, 학원 반 배치가 있고, 수행평가 결과가 있습니다. 친구가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어떤 문제집을 푸는지, 시험을 얼마나 봤는지 다 들립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구랑 뭐하러 비교하니? 비교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쉬운 조언입니다.
아이도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도 비교합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닙니다.
비교가 아이의 공부 판단을 빼앗을 때가 문제입니다.
친구가 나보다 잘한다.
친구는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잘 나온다.
나는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왜 안 되나.
이 생각에 빠지면 아이는 자기 공부를 보지 못합니다.
자기 시험지를 봐야 하는데 친구 성적을 봅니다.
자기 오답을 봐야 하는데 친구의 재능을 봅니다.
자기 공부방식을 고쳐야 하는데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로 갑니다.
이렇게 되면 비교는 자극이 아니라 방해가 됩니다.
부모님이 해야 할 일은 비교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비교 때문에 아이가 자기 공부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Q. 그럼 아이가 "쟤는 별로 안 하는데 잘해요"라는 비교하는 말을 할 때,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저는 이 말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친구가 정말 별로 안 하는지 모릅니다.
학교에서는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했을 수도 있고, 집에서 했을 수도 있고, 예전에 쌓아둔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문제를 읽고 처리하는 속도가 다른 학생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 효율이 좋은 학생도 있습니다.
그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친구가 얼마나 공부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지, 어디서 도움을 받는지, 어떤 누적 경험이 있는지 우리 아이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쟤는 별로 안 하는데 잘해요"라고 말하면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구나. 별로 안하는데도 잘하는 친구가 있구나. 그런데 혹시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어?"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판단이 사실인지, 느낌인지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종종 친구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쟤는 머리가 좋아." "쟤는 원래 잘해." "쟤는 별로 안 해도 돼." 그런데 그 말이 길어질수록 자기 공부는 사라집니다.
친구가 왜 잘하는지는 우리가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우리 아이의 공부가 멈추고 있는지, 자기 공부의 문제를 성찰하고 직면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를 말이죠. 자신의 약점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용기가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그걸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의 공부량을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비교가 지금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이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논쟁하기보다, 그 말 이후 아이가 무엇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문제를 덜 풀게 되었는지, 오답을 안 보게 되었는지, 공부 시작을 미루게 되었는지, 수학을 피하게 되었는지,
시험지를 보기 싫어하게 되었는지, 그게 핵심입니다.
친구가 별로 안 하는데 잘하는지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아이는 자기 공부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걸 볼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함께 들여다봐줘야 합니다.
Q. 그러고 보니 비교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오히려 공부를 안 하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게으름만으로 보면 안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열심히 해보고 지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대충 했는데 졌으면 변명이 됩니다.
"나 공부 안 했어." "이번에는 제대로 안 했어." "시간이 없었어." "다음엔 열심히 할게."
상담하다보면 이런 이야기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친구보다 못 나오면 훨씬 아픕니다. 그때는 변명이 없어집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 능력이 드러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교육심리 분야에서는 'ego-cost' , 즉 자아비용이라고 말합니다. 심화 개념 관련된 칼럼은 '한 사람을 위한 교육학'에서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자존심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물론 좋은 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면 너무 아프니까, 열심히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가능성을 남겨두는 겁니다.
"내가 진짜 하면 달라." 이 말을 남기고 싶은 겁니다.
부모님은 답답하지요.
"그러니까 진짜 해보면 되잖아." 이렇게 말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일 수 있습니다.
진짜 했는데도 안 되면 어떡하나.
그 두려움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아이에게 바로 "열심히 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먼저 실패의 크기를 줄여야 합니다.
이번 시험 전체를 걸고 열심히 해보자.
이렇게 말하면 너무 큽니다.
수학 전체를 바꿔보자.
이것도 큽니다.
대신 더욱 더 작게 잡아야 합니다.
이번 주에는 틀린 문제 중 세 문제만 다시 설명해보자.
이번 시험에서는 시간 부족이 있었는지만 보자.
이번에는 계산 실수 하나만 줄여보자.
이번 단원에서는 개념 하나만 확실히 말해보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결심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입니다.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은 말로 설득해서 잘 바뀌지 않습니다.
작게 해봤더니 하나가 바뀌는 경험이 있어야 바뀝니다.
그러니까 비교 때문에 공부를 안 하려는 아이에게는 더 큰 목표를 주기보다, 실패해도 견딜 수 있는 작은 과제를 줘야 합니다.
아이의 자존심을 꺾어서 공부시키면 안 됩니다.
자존심을 공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세워줘야 합니다.
Q. 그럼 부모는 무엇을 비교 기준으로 삼게 해야 하나요?
친구와 비교하지 말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비교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친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번의 자기 자신과 비교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도 막연하게 하면 안 됩니다.
"지난번보다 열심히 했어?" 이렇게 물으면 답이 흐려집니다. 구체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지난 시험에서도 틀렸던 방식이 이번에도 나왔는가.
지난번보다 문제를 끝까지 읽었는가.
지난번보다 시간을 덜 빼앗긴 문제가 있는가.
지난번에는 못 설명했던 개념을 이번에는 설명할 수 있는가.
지난번에는 틀리고 넘어간 문제를 이번에는 다시 풀었는가.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묻는 방식도, 대놓고 물어보면 바로 상담적 관계가 깨져버립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진술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게 가장 어려운 교육적 기술입니다.
비교의 기준은 점수가 아니라 행동이어야 합니다. 점수만 비교하면 아이는 또 친구를 봅니다. 하지만 행동을 비교하면 자기 공부로 돌아옵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물어야 할 질문도 바뀌어야 합니다.
"누가 더 잘했어?" 이 질문은 좋지 않습니다.
"반에서 몇 등 했어?" 이 질문도 조심해야 합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지난번보다 나아진 건 뭘까?"
"이번에도 똑같이 반복된 것이 혹시 있어?"
"다음 시험에서 딱 하나만 바꾼다면 뭘 바꾸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
"친구 이야기는 알겠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너의 시험지를 한 번 더 풀어보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줄래?" 이런 존중의 언어로 지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 자신의 공부를 존중할 수 있게 되어갑니다.
학생이 다시 자기 시험지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자기 오답으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자기 시간표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자기 다음 행동으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비교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비교 없이 자기 것에만 무조건 집중할 수 있는 청소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입시는 비교가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비교 때문에 자기 공부를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친구를 이기게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자기 공부를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공부는 남을 이기는 방식으로만 지속되지 않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볼 수 있을 때 조금 더 오래 갑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친구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빨리 막지 마세요.
대신 마지막에는 반드시 자기 공부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그래. 그 친구 이야기는 알겠어. 그 친구가 자네의 공부에 중요해지면 내가 꼭 포착해서 말해주도록 할게. 그런데 자네는 다음 시험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거야?"
***** 오늘 칼럼은 각 사례별로 특이성이 있을 것 같아 읽으신 분 중에 좀 더 논의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로 질문주셔도 좋구요, 의견 주셔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 컨설턴트 박태찬의 교육상담 기록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의 저작권은 컨설턴트 박태찬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복제, 재배포, 2차 가공 및 상업적 활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