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에서는 힘들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이번 질문은 인강 추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담실에서는 특정 과목 강의를 묻는 질문이 자주 올라옵니다. 그런데 강의를 고를 때는 "무슨 강의가 좋나요?"만큼이나 "이 강의를 언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EBS 강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고 인강을 공부로 바꾸려면 무엇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Q. 아이가 화법과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데, 어떤 인강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BS 강의로도 괜찮을까요?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는 강의가 있으면 추천받고 싶습니다.
EBS 강의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지금 어느 플랫폼에서 하고 있는 강의보다 좋습니다.
무료라서 가볍게 보시면 안 됩니다.
학부모님들이 가끔 EBS를 '무료 보충자료'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사실과 다릅다. EBS에는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있고, 모의고사 출제나 검토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있고, 수능 연계교재를 직접 다루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무료냐 유료냐로 강의의 질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특히 국어 문법, 화법과 언어, 통합과학, 생명과학처럼 개념의 기준을 정확하게 잡아야 하는 과목은 EBS가 꽤 좋은 선택이 될 때가 많습니다. 국어 문법처럼 설명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학생들이 헷갈리는 영역에서는 오히려 공신력 있는 강의가 안전합니다.
그래서 저는 실제 상담에서도 EBS 강의를 자주 추천했습니다.
그 강의를 아이가 언제, 어디까지, 어떻게 들을 것인가를 꼭 생각해보면서 교재와 강의를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공부는 교재 중심으로 할 줄 알아야 점수가 오릅니다. 학원 강의에 끌려가면 안됩니다.
Q. 그럼 좋은 EBS 강의 하나를 골라서 쭉 들으면 성적이 오를까요?
아니요.
강의가 좋다고 성적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이걸 먼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좋은 강의를 듣는 것과 공부를 잘하는 것은 다릅니다. 강의는 설명입니다. 공부는 그 설명을 가지고 학생이 자기 머릿속의 개념을 정리하고, 문제에 적용하고, 틀린 것을 다시 고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이걸 헷갈립니다.
강의를 들었습니다. 필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설명도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험장에 가면 기대와 다른 현실이 펼쳐집니다.
왜냐하면 강의를 들을 때는 선생님이 생각의 순서를 대신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봐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왜 이 답이 되는지를 선생님이 끌고 갑니다. 학생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이해합니다.
문제는 시험장에는 선생님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험장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읽고, 구분하고, 판단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강의를 듣고 '이해했어'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강의를 들은 뒤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이 내용을 다시 설명할 수 있는가.
교재의 문제를 혼자 풀 수 있는가.
틀린 문제를 다시 풀 때 해설 없이 고칠 수 있는가.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떤 개념을 써야 하는지 떠올릴 수 있는가.
여기까지 가야 '최소한의 공부'입니다. 충분하지 않아요.
강의는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시작하게 해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강의는 나의 생각과 선생님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교재입니다.
특히 국어, 수학, 영어는 예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Q. 그래도 사설 인강이 더 낫지 않을까요? 돈을 내는 강의가 더 체계적이지 않나요?
대부분의 경우 EBSi 강의가 사설보다 유용합니다.
저는 사설 인강을 무조건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좋은 강의 많습니다. 어떤 과목에서는 사설 강의가 더 촘촘하고, 더 매력적이고, 더 빠르게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강의를 고를 때 EBS냐 사설이냐부터 묻는 것은 조금 순서가 다릅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아이의 상태입니다.
개념이 비어 있는 학생인지, 개념은 아는데 문제 적용이 느린 학생인지, 학교 시험 범위만 급하게 정리해야 하는 학생인지, 수능까지 길게 이어갈 과목인지 봐야 합니다.
기초 개념이 약한 학생에게 너무 진도가 느린 강의를 들려주면 무너집니다.
다 듣지 못하고 완강하지 못하고 금방 튕겨나가버려요.
반대로 기본개념이 어느 정도 잡힌 학생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얄팍한 개념 강의만 다시 듣게 하면 시간이 낭비됩니다. 학교 내신이 급한데 수능형 긴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도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능까지 가져갈 과목인데 시험 직전 요약강의만 반복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강의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위치, 시기, 타이밍입니다.
이 강의가 지금 아이 공부의 어느 자리에 들어가는가.
개념을 채우는 자리인가.
학교 시험 범위를 정리하는 자리인가.
기출문제를 풀기 전 준비인가.
수능특강이나 수능완성을 공부하기 위한 연결인가.
그 위치가 정해져야 강의가 도움이 됩니다.
강의가 좋아도, 공부 안에서 자리가 없으면 그냥 영상입니다.
그런 판단을 스스로 하려고 연습하기에는,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할 줄 안다면, EBSi 강의가 사설보다 유용합니다.
Q. 아이가 인강을 듣겠다고 해서 결제했는데 끝까지 듣지를 않습니다. 의지가 부족한 걸까요?
의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인강은 생각보다 끝까지 듣기 어렵습니다. 학원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선생님이 앞에 있고, 숙제가 있고, 출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강은 학생 혼자 재생해야 합니다. 멈출 수도 있고, 미룰 수도 있고, 배속으로 넘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강은 자유로운 공부 같지만, 사실은 자기관리 능력을 굉장히 많이 요구합니다.
특히 학기제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학교 수행평가가 있고, 과목별 내신 준비가 있고, 학원 숙제가 있고, 잠도 부족합니다. 방학은 짧고, 해야 할 과목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의를 하나 더 얹으면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정신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기제에서 과목별 학원을 무작정 늘리는 방식을 조심스럽게 봅니다.
국어가 불안하다고 국어 학원 하나 더 붙이고, 과학이 불안하다고 과학 학원 하나 더 붙이고, 영어가 불안하다고 영어 수업을 하나 더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각 학원은 자기 과목의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숙제를 냅니다. 테스트를 봅니다. 자료를 줍니다. 그런데 학생의 전체 생활관리, 시간관리, 체력관리까지 함께 보지는 못합니다.
학생은 바쁩니다. 그런데 실력이 느는 느낌은 없습니다. 전 과목을 다 붙잡고 있는 것 같은데, 닿을 듯 말 듯 얕게 공부하는 느낌이라고요. 힘은 드는데 남는 게 없는 공부 같다는 이야기를 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많이 해주십니다. 저는 이 말이 지금 학기제의 피로를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강을 추가하기 전에 시간표부터 봐야 합니다.
아이가 그 강의를 들을 시간이 있는지. 들은 뒤에 문제를 풀 시간이 있는지. 틀린 것을 다시 볼 시간이 있는지.
그 과목을 이번 학기에 어디까지 가져가야 하는지. 이걸 봐야 합니다.
인강을 끝까지 못 듣는 학생에게 '의지가 약하다'고 말하기 전에, 애초에 끝까지 들을 수 있는 구조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그럼 EBS 강의는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까요?
인강을 중심에 놓지 말아야 합니다. 교재를 중심에 놓아야 됩니다.
공부가 잘 되는 학생들은 대체로 강의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교재를 펴고, 문제를 풀고,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고, 필요한 설명을 듣고, 다시 교재로 돌아옵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강의를 듣고 교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교재를 공부하다가 필요한 강의를 듣는 쪽이 더 좋좋습니다. 물론 처음 배우는 단원은 강의부터 들어도 됩니다. 특히 문법이나 과학 개념처럼 혼자 읽으면 오해하기 쉬운 영역은 강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강의가 끝나면 바로 교재로 돌아가야 합니다.
- 그래서 교과서는 꽤 좋은 교재라는 것을 많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술한 것입니다.
오늘 들은 내용을 교재에서 다시 표시해야 합니다.
예제를 다시 풀어야 합니다. 틀린 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 정리해야 합니다.
학교 시험 범위와 연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강의가 공부가 됩니다.
저는 EBS를 추천할 때도 그래서 '이 강의 좋습니다'에서 끝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강의를 어느 단원까지 들을지. 수능개념부터 들을지, 수능특강 해설만 볼지.
내신 시험 범위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볼지. 방학 중에 기초를 다질지.
시험 직전에는 교재와 학교 프린트로 돌아올지. 이걸 같이 정해야 합니다.
좋은 강의는 많습니다.
그런데 좋은 강의가 우리 아이의 좋은 공부가 되려면, 강의가 공부의 중심을 차지하면 안 됩니다.
인강은 공부를 대신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해야 할 교재를 읽게 해주고, 혼자 막힌 부분을 지나가게 해주고, 다시 문제로 돌아가게 해주는 보조 장치입니다.
그러니까 EBS 강의만 잘 들으면 성적이 오르느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아니요.
하지만 EBS 강의를 잘 활용하면 어디에서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사고이든 외고이든 일반고이든, 내신 준비든 수능 준비든 EBSi는 정말 많은 컨텐츠가 탄탄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료라서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무료라서 쉽게 틀어놓고 끝내셔도 안 됩니다.
좋은 강의를 찾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강의를 아이의 공부 안에서 어디에 놓을지 정하는 일입니다.
이 글은 컨설턴트 박태찬의 교육상담 기록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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