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안에 출소.
이사님과 했던 그 약속은
결국 지켜지게 됐어.
"경과를 더 지켜보는 게 좋을 듯한데.."
"제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서요."
"허허.. 그러다 도리 씨가
돌아가실까 봐 그러죠."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요? 산소포화도도
95 근처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 안에 퇴원하겠다는
아빠의 굳은 의지로
그 전부터 회진 때마다, 아니
볼 때마다 퇴원하겠다고 끈질기게 설득당하던
의사 선생님도 끝내 두 손을 들고 말았어.
"약 꼭 잘 챙겨 드시고,
만약 수치가 또 내려가거나
통증이 생기면 저번처럼
바로 응급실로 오셔야 됩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집에 있으시죠?"
"오! 그럼 저 퇴원하는 거예요?"
"허허.."
웃음만 터트리는 의사 선생님이었어.
"꼭.. 그래야만 했어?"
병실로 돌아와 퇴원 준비를 하던
아빠를 바라보며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네던 엄마.
"어떡하냐~ 회사 일도 걱정되고,
도아도 빨리 오래,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병원 밥이 너무 맛이 없어.."
"으이그!"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농담을 건네는 아빠를
두 손으로 밀며
"하여튼, 또 이래봐? 아프면 바로 병원!
알았지?"
걱정을 놓지 않는 엄마였지.
"알았다~ 오? 담배!"
응급실 내원하던 날 입었던 바지를
입었는데 주머니가 뭉툭하길래
손을 넣었더니 담배가 있는 거지.
입원 내내 한 대도 피지 못했던 아빠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얼마나 반갑던지.
손에 꺼내 들며 아빠도 모르게 소리치는데
"담.배.안.돼."
바로 뺏어 쓰레기통에 버리던 엄마.
"아.. 두 개밖에 안 핀 건데.."
"안 돼. 당신 당분간 금연이야."
오래 피워오기도 했고, 당시 하루에
두 갑 가까이 피우던 아빠로서
어찌나 하늘이 무너지던지.
금연이라는 그 말에
어깨가 축 처지다가도
'몰래 피면 되지.. 헤헤'
퇴원 생각에 다시 싱글벙글하며
마저 짐을 싸면서 엄마에게 물었어.
"일주일 만에 귀가인데 우리 파티 안 하나?"
"흐음.."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던 엄마.
"아직 식이 조절해야 하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치킨! 치킨에 맥주!
우리 파티하자!"
아빠의 말에 짐을 싸다 말고 등짝을
후려치며 소리치는 엄마.
"야! 치킨은 진짜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맥주? 맥주우?
이게 덜 아팠어!"
"그럼.. 양념하고 후라이드 한 마리씩..
반반 말고.."
엄마의 격한 반응에
어쩔 수 없이 맥주는 보내주고
치킨만 사수한 채로
병원을 나서던 우리였어.
"아빠 왔다요~"
"아빠! 이제 괜찮아? 의사가 가도 된대?"
"의사 선생님이 네 친구냐.."
집으로 들어서며 외치던 엄마의
아빠 왔단 소리에 쿵쿵쿵 발소리를 내며
뛰어와 안기던 도아.
"도윤이는?"
아빠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너를
질질 끌고 거실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도윤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고.
"걔? 피시방 아니면 뭐.. 친구들 만나겠지."
그래도 일주일 만에 집에 왔는데
대단한 환영식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왜 그렇게 서운하던지.
"나 퇴원한다고 얘기 안 했어?"
엄마를 바라보며 묻자 고개를 갸웃하며
천천히 도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던 엄마.
아빠를 여전히 안은 채로
한 손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번쩍 들어 화면을 아빠 눈앞에 들이밀며
말하던 도아였지.
"응? 엄마가 단체톡으로 보냈는데..
뭐야 읽지도 않았네~"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게..
아 좀 떨어져봐. 그리고 넌 오빠한테
걔가 뭐니?"
아빠에게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엄마에게 달려들며 물어대던 도아.
"헤헤! 엄마 오늘 아빠 퇴원 기념 외식 안 해?"
"으이구~ 아빠나 딸이나~
하자요! 오늘 저녁 치킨 어때?"
"오!"
치킨이란 말에 냉장고로 뛰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는 뭔가 찾는 듯 뒤적거리더니
아빠를 향해 소리치던 도아.
"어? 맥주 없는데? 치킨엔 맥주지!"
"거봐~ 도아도 맥주엔 치킨이라잖아."
도아의 말에 화색을 띠며 엄마를 쳐다봤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도아에게 말을
건네던 엄마였어.
"넌 학생이. 어차피 술도 안 먹으면서."
"응? 나 말고 엄마 아빠 안 먹어?"
"도씨 아저씨 당분간 금연, 금주야."
엄마의 말에 냉장고 문을 천천히 닫으면서
아빠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과 함께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던 도아.
"어... 그럼 아빠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
"그러니까..."
"이 부녀를 내가... 어떻게.. 아이고오..
도아 너 또 아빠랑 불량한 짓 꾸미기만 해봐!
햄버거도 네가 사다 준 거지!"
엄마의 질바카라에 갑자기 양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걸음을 옮기던 도아.
".. 아.. 배.. 배가.. 아빠.. 파이팅!"
한쪽 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내리며
작은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는
화장실 안으로 도망을 가던 도아였어.
그날 저녁.
뭘 하는지 전화도 받질 않고
8시가 넘어도 들어오지 않던 도윤이.
"이놈 자식은 산 거야, 죽은 거야?
시간이 몇 신데 연락도 없이. 전화 좀 해봐."
"응? 안 받는데? 아빠~ 그냥 우리끼리
먼저 먹으면 안 돼? 배고파~"
한참을 기다리다가 이러다가는
저녁때를 놓치겠다 싶어
우리끼리라도 먹자라는 생각에
시킨 치킨을 식탁 위에 펼쳐 놓자마자
현관 번호키 눌리는 소리가 나더라고.
"와! 개도윤 너 진짜 먹복 있다~"
이미 다리를 들어 입에 문 채로
도윤이가 들어오는 현관을 향해
소리치던 도아.
그 시간까지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교복은 먼지가 묻은 채로
상당히 지쳐 보이던 도윤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왜 그렇게 반갑던지.
다만..
"너는 인마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아빠 퇴원한단 소리 못 들었냐?"
"..."
여느 때처럼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없던 도윤이.
"인마! 대답을 해봐. 들었어 못 들었어!"
"몰랐..어요.."
"몰랐다는 게 말이 돼!"
"..."
"핸드폰은 뭐 하러 들고 다니냐!
그거 게임기야?"
"죄송합니다.."
그 말만 남기고 방문을 열며
방으로 들어가려던 도윤이.
"야! 너 아빠.. 어..? 너 쌈박질하고 다니냐?"
그런 도윤이를 제지하려 일어나 가까이
갔는데 갓 생긴 것 같은 상처와 함께
살짝 부은 것 같던 도윤이의 얼굴.
"..."
순간 말없이 재빠르게
다시 고개를 숙이더라고.
"이 새끼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어디 이상한 놈들이랑 어울려서.
야 인마 너 아빠가.."
"죄송합니다."
"야 인마 아빠 말하는데 어디 가!
이 새끼 방문 닫는 거 봐.
야! 안 열어?"
말을 채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더라고.
"저 자식이 이제 하다 하다
싸움질까지 하고 다니네?
그리고 어디 부모가 얘기하는데
문을 닫아. 싸가지 없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야무지게 두 손으로
치킨을 뜯으며 아빠를 부르던 도아.
"아빠~ 쟤가 무슨 싸움이야.
또 어디서 덜렁대다 넘어졌겠지~
치킨 식어~"
아빠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자
위로도 아끼지 않았지.
"놔둬~ 쟤가 공부할 애야? 글렀어~"
헤헤 웃으며 말하는 도아의 얼굴을 보니
오히려 더 속이 뒤집혀서
식탁 위에 놓인 컵 안의 콜라를 꿀꺽꿀꺽
마시고는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어.
"크아! 너는? 일기 썼어?"
"어? 일기?"
얼굴에 웃음이 걷히고
온몸이 정지된 상태로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도아.
"가져와봐 얼마나 썼나 보게."
"아 진짜! 중2가 무슨 일기야! 학교에서도
쓰라고 안 한다니까?"
"야 인마!"
"아 몰라~ 안 들려~ 왜 불똥이 나한테 튀어?
얌전히 치느님 영접하고 있는데!"
그렇게 도아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구급가방을 챙겨 도윤이 방으로 들어가던 엄마.
"냅두지 뭘 들어가! 말도 안 들어먹는 놈 방을!"
그런 엄마를 보며 일부러 도윤이 들으라고
크게 소리치던 아빠였어.
10분 정도 지났을까?
상처만 치료해주고 나온다기에는
꽤 긴 시간이었지.
다시 도윤이 방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조심스레 나오더라고.
"뭐래? 왜 다쳤대?"
왠지 침울한 표정의 엄마.
잠시 동안 도윤이 방문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아빠와 도아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아빠에게 살며시 다가와 말을 건넸어.
"당신 도윤이랑 얘기 좀 해봐야겠는데?"
"내가 얘기하잔다고 저놈이 얘기를 하나?
나보고 또 벽 보고 얘기하라고?"
도아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빠에게 말을 이었지.
"아니.. 음.. 도씨 아저씨! 안방으로 출동!"
"엄마! 치킨 안 먹어?
날개도 내가 하나 먹는다?"
구급가방을 들고 씩씩하게 안방으로
들어가던 엄마.
엄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걸터앉아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엄마 모습이 보였어.
"왜? 뭐라는데?"
아빠의 물음에도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
잠시 후 닫힌 안방 문을 살짝 쳐다보더니
누가 들을까 조용히 말을 건네더라고.
"쟤 싸운 거 아닌 것 같아."
"왜? 도아 말대로 어디서 넘어졌대?
남자 새끼가 칠칠맞기는.."
아빠의 말에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지.
"참.. 그리고 도윤이 핸드폰 잃어버렸대."
"아. 그게 얼마짜린데! 그래서?
늦게 들어오면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도 못 한대?
친구들도 전부 핸드폰이 없나?"
"아니.. 에이씨! 아저씨! 좀 살살..
나도 말 좀 하자요?"
"어.. 말해.."
잠시 숨을 고르던 엄마.
다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어.
"계단에서 굴렀다는데. 좀 이상해.
보통 그러면 전신 타박상이거든."
"엎어져서 대자로 떨어졌나 보지.
이야.. 겁나 아팠겠는데..?"
"좀. 장난치지 말고..."
팔짱을 끼며 또 잠시 말을 멈추던 엄마.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다는 듯이
놀란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어.
"호.. 혹시 그런 건가? 학교 폭력..?"
"하? 학교 폭려억?
야, 지금 때가 어느 땐데.."
- 두다다닥. 쿵! -
"아야.."
그때,
전쟁이라도 난 듯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도아의 아파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
"뭐야? 괜찮아?"
"어? 어! 치킨이 너무 맛있어서~"
문밖에서 들려오던
아무 일 없다는 듯 소리치던
도아의 목소리.
"쟤는.. 너무 맛있어서 뒤로 넘어간 거야?
양손에 치킨 들고 굿이라도 하나.."
아빠의 농담에 엄마는 안방 문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입술 위로 검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말했지.
"쉬잇. 도아 들어. 그러니까..
당신이 한번 도윤이랑 얘기해봐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닌지.."
"쟤가 나랑 무슨 말을 해야 말이지.."
"도씨 아저씨.. 당신 아빠야.."
"하아.. 누가 뭐래냐.."
얘기가 끝나고 거실로 나왔는데
치킨을 반 이상 해치우고 배는 볼록 나온 채로
의자에 빨래처럼 널려 있던 도아.
"끄윽.. 왜 이렇게 안 나와..
내 건데 좀 남았어. 이건 엄마하고 아빠 줄게."
"거참 고맙네.."
"응? 안 먹어? 어디 가?"
아빠를 보며 묻는 도아를 두고
도윤이 방으로 향했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복도 안 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아빠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던 도윤이.
"안 잤어요.."
"... 앉아봐 인마."
아빠가 침대에 걸터앉자
쭈뼛쭈뼛 바카라상 앞 의자에 앉던 도윤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좀 흐릿하지만 얼굴에 멍도 있는 것 같고
쓸렸다기보단 뭔가에 심하게 긁힌 것 같은 게
계단에서 구른 것 같지는 않더라고.
한참 동안 쳐다보던 아빠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저.. 괜찮아요."
"..."
뭐라 묻지도 않았는데 괜찮다고
말하던 도윤이.
더 끌 거 없이 확실히 하잔 생각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지.
"너 요즘 맞고 다니냐?"
아빠의 말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던 도윤이.
그때였어.
도윤이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도아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들어오더라고.
"누가 우리 집 개를 때려!
어떤 새끼야!"
"넌 아빠 앞에서 욕을.."
입가에 묻은 치킨 양념,
양념이 맵기라도 했는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그리고
살짝 눈물이 고여 있던
충혈된 도아의 눈.
"어디 봐! 이게 뭐야아!
누군데! 누가 괴롭히는데!"
순식간에 벌어진 난리통에
잠깐 멍하다가 정신을 붙잡고
곧바로 따라 들어온 엄마에게 말했지.
"하아.. 쟤 좀 데리고 나가.."
"아 놔봐! 야! 누군데? 누가 감히
도씨 집안 장남을 때려! 아 누군데에!"
도아의 발악에 떨리던 도윤이의 눈은
어느새 멈추고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지더라.
"도아야! 니가 알면 어쩌게? 아 미진아 뭐해?
빨리 좀 데리고 나가"
"아 놔보라고!
우리 오빠가 맞았대잖아!"
그렇게 꽥꽥 소리를 지르며
엄마 손에 질질 끌려가던 도아였지.
문이 닫힌 후에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아.
숨소리만 겨우 들리던
너무도 조용했던 도윤이의 방.
가느다랗게 떨리던 도윤이의 어깨.
"아빠가 학교에 전화 넣어줄까?"
고개를 숙인 채 양옆으로 젓던 도윤이.
"그럼 그 친구들 좀 만나볼까?"
아빠가 묻자,
말없이 더 크게 고개를 젓기만 하더라고.
문득 핸드폰 잃어버렸단 엄마의 말이
생각난 아빠.
모르는 척 도윤이에게 물어봤지.
"핸드폰 좀 가져와봐.."
"... 친구가 빌려 갔어요.."
".. 친구 누가?"
"..."
눈가에 흐르던 도윤이의 눈물은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지.
"하아..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미.."
- 쾅! -
그때였어.
방문이 쾅 하고 벌컥 열리더니
다시 뛰어 들어오던 도아.
"내가 왜 나가!
아빠가 나가! 오빠랑 얘기 좀 하게!"
"나? 나.. 나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묻던 아빠.
"야! 누군데? 민호? 동현이?
너 이씨.. 걔네랑 친구라며!
아. 왜 안 나가!
엄마! 아빠 데리고 가!"
떠밀리다시피 해서 결국
도윤이 방 밖으로 쫓겨난 아빠.
방 밖에서도 자리를 뜨지 못해
한동안 엄마와 그 앞에 서 있는데.
안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아의 소리 지르는 소리,
도윤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미친 사람들처럼 깔깔대는 소리.
참.. 다양하게도
번갈아 가며 들려오더라.
"미진아.. 쟤들...
아무래도 정신이 좀 나간 것 같아."
"아휴.. 당신은 이 상황에서도 장난이 나오냐.."
아빠의 농담에
방문 가까이 귀를 갖다 댄 채로
짜증을 내던 엄마였지.
"웃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잖아..."
금주, 금연이라 더 그랬던 걸까?
그날따라 술과 담배가 유난히도 당기던
밤이었던 것 같아.
그날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묻진 않았어.
너희들도 따로 얘기해준 적도 없었고
말이지.
"안 궁금했어?"
궁금했지. 이제 좀 괜찮아졌는지.
학교는 계속 잘 다닐 수 있겠는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전학이라도
보내야 되나 그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왜... 안 물어봤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싶어 그냥 넣어둔 거지.
너희들도 딱히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말야.
교장을 찾아가네, 교육청에 투서를 보내네 하며
난리 치던 엄마를 말리느라 혼 좀 났지만 말야.
"오빠는 그게 그렇게 서운했다는데.. 그치?"
"..."
서운? 서운하면 직접 얘기하면 되잖아.
물어보기 전에 말야.
평소에도 말을 잘 안 하고,
학교 폭력 당한 것도..
자기 얘긴 잘 하질 않던 때였잖니?
사춘기니까..
그래 사춘기라 말하기 싫은가 보다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런 때가 있었으니까...
그냥 그렇게 믿었던 거지.
그래서 도윤아. 많이 서운했니?
응? 지난 일이니 한번 얘기 좀 해봐.
"더.. 나쁜...
더 나쁜 아들이 되기 싫었어요..."
.. 그래..
자, 어디 이제야 한번 제대로 물어보자.
그래서 어떻게 됐니?
응? 도아야.
"뭘 어떡해?
동네 오빠, 친구네 오빠,
친구의 사촌의 팔촌의 사돈 오빠까지
모을 수 있는 오빠란 오빠들은 다 모아서
반죽을 해버렸지 헤헤."
아.. 아예 사병을 일으켰구나...
그래도 폭력은...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빠들이 우르르 가서 겁주니까
바로 꼬리 내리던데?"
겁도 없이 참..
차라리 선생님한테 말해보지 그랬어.
"원래 애들 일은 애들이 해결하는 거야~
그런 애들은 선생님이 뭐라 해도 좀 있으면 또 해."
그래.. 뭐 지난 일이고 방법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 쳐도.
너 그런 건 어디서 배웠니..?
/
"오빠 그것도 기억나? 나 전에 학교에서 친구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을 때 말야"
"기억나지"
"그때 다른 친구가 오빠한테 이르니까 오빠가 오빠 친구들이랑
단체로 몰려와서 개 혼내 줬는데 그때 오빠 되게 멋있었다?"
/
"고모한테? 고모한테 전화로 물어봤지.
아빠도 그랬다며?"
하아.. 도희..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이 모아 간 거야?
모으기도 쉽지 않았겠다.
한두 명만 가도 충분했을 텐데...
/
"캬~ 그냥 그렇다고. 근데 왜 혼자 안 온 거임? 왜 우르르 몰려온 거임?"
"싸우면 질 것 같아서."
/
"만약 진짜 싸움 났는데 우리 편이 지면 창피하잖아..
우르르 가야지~"
...
아주 둘이 똑같아가지고..
어디 보자.. 오늘 고모 오는 날이지?
도희...
이 정신 나간 기집애는 언제 온다고 하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