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리다.

5장. 보이지 않는 것에 얼굴을 주다. 이집트미술

by김현준

이집트인은 왜 신을 인간과 동물의 모습으로 그렸을까

약 7만 년 전, 지금의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도 죽은 사람을 특별하게 다룬 흔적을 남겼다.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일부 유골은 자연스럽게 묻힌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매장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¹

그들이 사후세계를 믿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죽음은 특별한 사건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몸을 다르게 대했다.

몸은 남아 있는데 무언가 사라졌다.

어쩌면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다.

인간은 강가에 정착하고, 씨앗을 뿌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일강 주변에서 거대한 문명이 자라난다.

이집트다.

이집트인은 자연에서 반복을 보았다.

강이 넘치고, 물이 물러나고, 검고 비옥한 흙이 남는다. 곡식이 자라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강이 넘친다.

태양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이면 떠오르고, 저녁이면 사라지고, 다음 날 다시 돌아온다.

나일강의 순환과 태양의 반복은 고대 이집트인의 삶과 종교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²

세상은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질서는 보이는데, 그 질서를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왜 태양은 다시 떠오르는가.

왜 나일강은 넘치는가.

왜 땅속의 씨앗은
다시 싹을 틔우는가.

왜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가.

이집트인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지금처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는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름을 가진 힘은 부를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힘은 이해할 수 있다.

의식을 만들면 그 힘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세계로 바꾸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그 보이지 않는 힘들은 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에는 하나의 창조신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세상의 시작을 다르게 설명했다.

그중 헬리오폴리스에서는 세상이 생기기 전 끝없는 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 태초의 물이 눈(Nun)이다. 그 물에서 창조신 아툼(Atum)이 나타난다.

아툼에게서 공기와 습기가, 그들에게서 땅과 하늘이 태어난다.

그리고 그다음 세대에서 오시리스와 이시스, 세트와 네프티스가 태어난다. ³

이집트인은 자연에 이름을 붙이고, 성격을 주고, 관계를 만들었다.

하늘은 어머니가 되고, 땅은 아버지가 된다. 자연은 더 이상 이름 없는 현상이 아니었다.

우주는 거대한 가족이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여러 형태로 전해지는 이집트 신화를 바탕으로 내가 상상해 재구성한 이야기다.

“아버지.”

세트가 게브 앞에 섰다.

“형에게는 나일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는 끝없는 사막을 주셨습니까?”

게브가 말했다.

“사막도 이집트다.”

세트는 잠시 망설였다.

“그렇다면 제 소원 하나쯤은 들어주십시오. 이시스를 제 아내로 주십시오.”

게브가 고개를 저었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와 맺어지기로 했다.”

세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어머니 누트를 찾아갔다.

“저는 버린 자식입니까?”

누트가 세트를 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네프티스를 너의 아내로 맞아라.”

세트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저는 이시스를 사랑합니다.”


세트는 네프티스와 결혼했다.

그러나 마음속의 결핍은 사라지지 않았다.

형에게는 비옥한 땅이 있었다. 이시스가 있었다. 사람들의 사랑도 있었다.

세트에게는 사막만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의 생각이 자라기 시작했다.

형만 없다면. 세트는 연회를 열었다.

오시리스도 초대를 받았다.

“가지 마세요.”

이시스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세트는 우리의 동생이오.”

그러나 그날 오시리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집트 신화에서 세트는 오시리스를 죽이는 존재로 등장한다.

오시리스의 몸이 훼손되고 흩어지며, 이시스가 그 몸을 찾아 다시 모으는

이야기는 여러 형태로 전해진다.⁴

강을 따라 걷고, 늪을 지나고, 사막을 건넌다.

흩어진 몸을 찾아 다시 하나로 만든다.

하지만 오시리스는 예전처럼 지상의 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그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다스리는 왕이 된다.

그리고 이시스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호루스.

죽은 아버지의 왕권을 이어받을 존재였다.

성장한 호루스는 세트와 왕권을 다투고,

결국 정당한 왕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살아 있는 파라오는 호루스와 연결되고, 죽은 파라오는 오시리스와 연결된다.⁴

왕권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집트인은 신에게 자연의 힘만 준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도 건넸다.

사랑, 질투, 분노, 슬픔.


이제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신에게 이름이 생겼다. 이야기도 생겼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얼굴이다.

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은 다시 자연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강하고, 빠르고, 높이 날고, 어둠 속에서도 움직이는 동물들.

인간은 그들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보았다.

그래서 이집트의 신들 가운데 일부는
동물의 특징과 인간의 몸을 결합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⁵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 자칼의 머리를 한 아누비스. 암사자의 머리를 한 세크메트.

동물의 얼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 신이 가진 힘과 성격을 설명하는 언어였다.⁵

그런데 모든 신이 동물의 얼굴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모습으로도 표현된다.

그러나 그들 역시 평범한 인간처럼 그려지지는 않는다.

오시리스는 몸을 미라처럼 감싸고 있다.

죽음과 부활, 사후세계의 왕이라는 그의 정체성이 몸 전체에 드러난다.

마아트의 머리 위에는 깃털이 놓여 있다.

그 깃털은 진실과 정의, 균형과 질서를 뜻한다.

이시스는 머리 위에 왕좌를 뜻하는 표지를 쓰기도 한다.⁵

이집트 미술은 얼굴과 몸만 그린 것이 아니다.

머리 위의 깃털, 왕좌의 표지, 미라처럼 감싼 몸까지

그가 누구이며 어떤 힘을 가진 존재인지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라스코에서는 동물을 그렸다. 손 스텐실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남겼다.
고부스탄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그렸다.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인간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세계로 향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에 이야기를 붙였다. 이야기에 감정을 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름에 얼굴을 주었다.


나는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신이 인간을 닮은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신을 자신과 닮게 만든 것일까.

인간은 신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그 몸 위에 자연의 힘과, 자신의 감정과, 이해하고 싶었던 세계를 입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고, 이야기를 다시 이미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신성한 질서는 마침내 한 사람에게 모인다.

파라오.

그는 인간이었지만 단순한 인간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 서 있었고, 두 땅의 질서를 대표했다.

그렇다면 그림 속에서 왕은 왜 크게 그려졌을까.


1. Emma Pomeroy et al., “New Neanderthal Remains Associated with the ‘Flower Burial’ at Shanidar Cave,” Antiquity 94, no. 373 (2020): 11–26. 이 연구는 샤니다르 동굴의 일부 네안데르탈인 유해가 의도적으로 매장되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지지한다. 다만 이를 사후세계 신앙의 직접적인 증거로 볼 수는 없다.

2. Edith W. Watts, The Art of Ancient Egypt: A Resource for Educators (New Yor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998). 나일강의 주기적 범람, 태양의 순환, 죽음과 재생, 마아트로 대표되는 질서 개념은 고대 이집트인의 자연관과 종교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3. Geraldine Pinch, Egyptian Mythology: A Guide to the Gods, Goddesses, and Traditions of Ancient Egypt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4). 헬리오폴리스 계통의 창조신화에서는 태초의 물 눈, 아툼, 슈와 테프누트, 게브와 누트, 그리고 오시리스·이시스·세트·네프티스로 이어지는 신들의 계보가 나타난다. 다만 고대 이집트에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창조신화가 존재했다.

4. Geraldine Pinch, Egyptian Mythology; Richard H. Wilkinson, The Complete Gods and Goddesses of Ancient Egypt (London: Thames & Hudson, 2003). 오시리스의 죽음과 시신의 훼손, 이시스의 수색, 호루스와 세트의 왕권 경쟁은 여러 자료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전해진다. 살아 있는 왕이 호루스와, 죽은 왕이 오시리스와 연결되는 관념은 이집트 왕권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요소였다. 본문 중 세트와 게브·누트의 대화, 세트가 이시스를 사랑한다는 설정 등은 저자의 상상으로 재구성한 부분이다.

5. Edith W. Watts, The Art of Ancient Egyp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gyptian Gods and Goddesses,” in The Art of Ancient Egypt: A Resource for Educators; Richard H. Wilkinson, The Complete Gods and Goddesses of Ancient Egypt. 호루스의 매, 아누비스의 자칼, 세크메트의 암사자, 마아트의 깃털, 이시스의 왕좌 표지 등은 신의 정체성과 역할, 힘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도상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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