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글을 가로막는 순간
잘 쓰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생각이다. 나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마음속에 쌓아 둔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기고, 그 글을 발행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욕심이 생겼다.
조금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었고,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했다.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감탄하거나, 공감하거나, 나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분명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막상 문장을 쓰려고 하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표현은 너무 평범한 것 같고, 저 문장은 어딘가 부족한 것 같았다. 결국 몇 번이고 고치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잘 쓰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쓴 글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온라인카지노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이런 경험이 굉장히 많았다. 더 세련된 표현, 더 멋진 비유, 더 그럴듯한 결론을 찾다 보니 정작 내 글의 매력이었던 솔직함과 날것의 표현을 지워 버리곤 했다. 잘 쓰려고 고쳤는데, 다 고치고 나니 글은 점점 정체성을 잃어 갔다. 글은 산으로 가고,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쓰는 나조차 모를 정도였으니까.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글을 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지우게 되었다. 분명 처음 쓴 문장이 더 솔직했는데,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고치다 보니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졌다. 마치 누군가 내 생각을 마구 헤집어 놓은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에세이라는 장르는 어느 정도 벌거벗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에 마음이 흔들리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드러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보여 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 이야기를 쓴다는 건 어느 정도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그 솔직함이 때로는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저 출간한 작가들처럼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그들처럼 근사한 문장을 쓰고 싶었고, 나도 꽤 괜찮은 작가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마치 처음으로 두꺼운 화장을 해 본 소녀 같았다.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덧발랐지만, 거울 속 얼굴은 어딘가 어색했다. 화장을 지우면 원래의 내가 나타날 텐데, 그때는 그 얼굴이 오히려 초라해 보일까 봐 걱정했던 것 같다.
글도 그랬다. 내가 쓴 문장이 평범해 보일까 봐, 내 이야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까 봐 자꾸 무언가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게 덧붙인 문장들이 언제나 글을 더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에세이는 결국 내 이야기를 쓰는 장르다. 물론 모든 것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썼는지는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는 글을 만들려다가 정작 내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그 글은 누구의 이야기가 되는 걸까.
그렇다고 지금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좋은 문장을 쓰고 싶고, 내 글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제는 문장을 고치다 가도 가끔 멈춰서 생각한다.
나는 지금 글을 더 좋게 만들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꾸미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다 보면 어느새 내 글의 색깔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아직은 그 차이를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어쩌면 앞으로도 몇 번이고 헷갈릴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나다운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계속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릴 만큼 잘 쓰려고 애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직 작가로서 배워 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남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문장만큼이나 내가 솔직하게 쓴 문장도 믿어 보고 싶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조금 서툴더라도, 그 문장 안에 내가 있다면 말이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지우려고 했던 투박함이야말로 나만의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걸 ‘날것’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