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조금 머쓱해진다.
‘내가 뭐라고.’
나는 여전히 글을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지우고, 조회수를 확인하고, 댓글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어떤 날에는 작가라는 이름이 제법 마음에 들다가도, 어떤 날에는 내가 정말 작가라고 불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문득 예전에 썼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온라인카지노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 나를 도와주셨던 다행 작가님에 관한 글이었다. 당시의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컸지만, 혼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몇 번의 탈락을 경험했고, 내가 쓴 글이 좋은 글인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다행 작가님은 글을 다듬는 방법을 알려 주셨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건 나를 믿어 주셨다는 사실이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해 주셨다. 그 응원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게 해 주었다. 그때의 나는 다행 작가님에게서 동기부여를 받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경험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았던 경험은 기억하면서, 정작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려 줄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글을 쓸 때마다 잘 쓰고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꼭 대단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건넬 수 있는 걸까?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님을 꼽으라면 다행 작가님과 조우 작가님을 떠올린다. 두 분 모두 내게 응원을 보내 주셨고, 작가로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셨다.
특히 조우 작가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게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쓴 부분이 있었고, 그 글을 메일링 서비스로 발행하기까지 했다고 개인적으로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라웠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어 또 다른 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영광스럽게도 나는 조우 작가님의 웹진 《조우하다》에 실린 조각소설 모음집에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내가, 어느새 다른 사람의 작품에 추천사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
나는 늘 다른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영향을 받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나 역시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내가 대단한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고민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배우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기다린다.
다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나에게 힘을 주었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더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가 자기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거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거나, 새로운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모든 글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열심히 쓴 글이라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것도 아닐 테다. 그래도 내가 쓴 글이 나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러니 앞으로도 글을 쓰고 싶다. 나에게 응원을 보내 주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아직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그래도 이제는 예전처럼 무조건 ‘내가 뭐라고’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조금은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