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것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 일

by다슬

누군가 내 글을 읽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중증장애인인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이 살짝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세상에서 목소리를 내면서도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도 있었고,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내 이야기를 전부 숨기고 싶은 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 중 일부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장애는 내 글의 소재이자, 누구나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면서도 막상 누군가가 자신을 깊이 이해하면 조금 부끄러워질 수 있다.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너무 많이 알려지는 건 두렵다. 나는 작가가 되고 나서야 이런 모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글을 통해 보여 주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내가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이 내 글을 읽었다는 사실. 내 일상을 모르는 사람, 내 성격도 모르는 사람이 문장만으로 나를 만났다는 게 신기하지 않을까?


사실 나를 만나 본 적도 없는 독자들이 내 일상을 읽고 꾸준히 라이킷을 눌러 주신다. 내 장애에 관한 이야기까지 그저 읽어 주신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온라인카지노북을 만들었다. 제목은 《힙한 삶이 목표입니다.》였다. 하지만 열심히 썼지만 반응이 없었던 글, 이미 묻혀 버렸다고 생각했던 글이었다.


그런데 온라인카지노북을 발간한 뒤로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조회수가 내 예상보다 많아서 처음에는 한 번 놀랐다. 라이킷이 10개를 돌파했을 때도 무척이나 신기했다. 이 바카라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장애와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힙하다'라고 표현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면 어딘가 뻔하게 느끼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 평범함조차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삶을 조금 다른 이름으로 불러 보고 싶었다. 바로 '힙한 삶'이라고.


힙한 삶을 원하는 내가 겪어 온 번뇌와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런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누군가 내 글을 읽었다는 흔적을 발견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작가에게 글의 시간은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닌가 보다. 내가 발행한 글에 라이킷이 하나둘 쌓이고, 어느새 10개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했으니까.


'내 글이 뭐라고.'

구린 예술가다운 생각도 했다. 바카라 제목과는 정반대의 마음이었다. 글을 쓰면서는 정말 구질구질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발행할 때는 이유 모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나름 힙하게 글을 썼다.


'그게 독자들에게 통했던 걸까?'

그런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었네. 그 사실만으로도 글은 나를 떠나 조금 다른 세계로 향한 것 같네."

글을 쓸 때면 어느새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는 나만 겪은 줄 알았던 감정에 누군가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는 문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공감 에세이'를 쓰는 기분도 들었다. 어찌 됐든 나는 에세이를 쓰고 있으니, 이 부분이 가장 뿌듯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더 꺼낼수록 '읽히고 싶은 마음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드는 건 왜일까?


에세이를 쓰는 만큼 누군가에게 공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글로 써도 되는 걸까,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끔은 모든 것을 벗어 놓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퀸의 마인드'라는 말이 있듯이, 이것도 내가 견뎌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어느새 조회수가 오르면 기분이 좋고, 괜스레 배시시 웃고 있다. 며칠 동안 숫자가 그대로면 괜히 글을 잘못 썼나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 따로 있었는데, 어느 순간 숫자가 글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내가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난 좋은 글을 쓰고 싶었던 건데, 어느 순간 좋은 조회수와 댓글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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