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주인
“과거의 기억으로 오늘을 판단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어제의 그림자를 붙잡고 밤을 지새우는 것과 같다. 당신은 매 순간 새롭게 흐르는 강물이다. 어제의 당신에게 오늘을 가두지 마라.” — 장자 (莊子)
신기한 일이 있다.
행복했던 날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상처가 되었던 말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오래전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누군가의 말투, 잠시 스쳐 갔던 표정, 그날의 공기, 그 순간 들었던 감정. 시간은 많이 흘렀는데 기억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상처는 시간보다 기억이 더 강하다. 끝난 일인데도 마음은 자꾸 그날로 돌아간다. 이미 수없이 떠올렸던 장면인데도 다시 생각하면 처음처럼 아프다.
그럴 때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왜 사람은 행복보다 상처를 더 오래 기억할까. 왜 지나간 일은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 끝나지 못했을까.
처음에는 모두 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에. 그래서 상처를 준 사람만 사라지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생각은 참 이상하다. 반복할수록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더 또렷해진다. 이미 끝난 장면인데도 계속 다시 재생한다. 그 사람은 오래전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내 마음만 아직 그날을 반복해서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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