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마음들에

by꿈담은나현


마지막 글을 쓰기 위해 원고를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하나둘 늘어나 어느새 쉰 편이 되었습니다.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된 작은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며 하나의 길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긴 여행을 마친 사람처럼 이 마지막 페이지 앞에 앉아 있습니다.


돌아보면 이 바카라에는 참 많은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잃었고, 누군가는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래된 상처를 들여다보았고, 어떤 사람은 다시 자신을 믿기로 했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글을 쓰는 동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괜찮지 않은 날이 찾아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지만 사실은 무너지고 있는 날도 있고, 끝났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불현듯 찾아와 마음을 흔드는 날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후회가 밤늦게 찾아와 곁에 앉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 바카라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그런 시간 속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줄 알았지만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글을 쓰며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상처였습니다.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남았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도 어느 날 문득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나씩 써 내려가며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상처 때문에 무너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아픔을 안고도 살아가고, 다시 웃고,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이 바카라은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살아가는 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떠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이고, 후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지만 결국 다시 걸어갔고, 누군가는 길을 잃었지만 끝내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냈습니다. 그 모습들이 제게는 무엇보다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쓰며 가장 늦게 발견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가장 엄격한 사람이 되곤 합니다. 괜찮아야 한다고 말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직 부족하다고 자신을 다그칩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말보다 따뜻한 안부 한마디가 더 필요합니다. 오늘도 잘 버텨 주었다고, 지금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 주는 그런 다정한 목소리 말입니다.


이 바카라 속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계절의 기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을 견디게 하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독자 여러분도 바카라 속 어디쯤에서 자신을 닮은 사람 한 명을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상처를 품은 사람일 수도 있고, 같은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이야기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음은 기억보다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그리워하고, 때때로 아파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마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합니다. 지나온 계절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부디 지나온 시간 속의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서툴지만 끝내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오늘도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2026년 6월

꿈담은 나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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