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나온 싹

by꿈담은나현


강서준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토마토를 버리지 못했다.


경기도로 올라온 첫날,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몰랐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자란 그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추천하는 길을 따라 대학에 왔다. 유망하다는 학과에 합격했고, 학교 근처 낡은 옥탑방에 짐을 풀었다. 사람들은 합격을 축하했지만 정작 서준은 무엇을 축하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왔을 뿐이었다.


옥탑방은 작았지만, 자유는 넓었다. 창문을 열면 회색 건물들 사이로 저녁노을이 붉은 물감처럼 번졌고, 밤이면 도시의 불빛이 별 무리처럼 흔들렸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보다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방문을 닫으면 누구의 간섭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직접 꾸려 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옥상 구석에 버려진 스티로폼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서준은 바닥에 구멍을 뚫고 양파망을 깐 뒤 검은 흙을 가득 채웠다. 흙에서는 비가 막 그친 운동장 같은 냄새가 올라왔고, 손끝에는 서늘한 촉감이 남았다. 그는 상추 모종 몇 개를 심고 조심스럽게 물을 뿌렸다. 햇빛을 머금은 물방울은 작은 유리구슬처럼 잎 위에 맺혔다.


아침마다 화분을 들여다보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에도, 돌아온 뒤에도 그는 부지런히 옥상으로 향했다. 어느 날 상춧잎 하나가 연둣빛 혀처럼 흙을 밀어 올렸다. 그 작은 변화는 생각보다 큰 기쁨이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던 종이에 첫 문장이 적히는 순간 같았다.


상추는 놀랄 만큼 빨리 자랐다. 며칠 사이 잎은 손바닥만큼 넓어졌고, 초록빛은 점점 짙어져 여름 숲의 색을 닮아 갔다. 삼겹살을 구워 먹던 날, 서준은 직접 뜯은 상추를 접시에 올렸다. 아삭 소리가 입안에서 부서질 때마다 이상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누군가를 돌보고 키워 내는 일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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