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하늘색 셔츠 한 벌을 버리지 못한다. 옷장 맨 안쪽에 걸린 셔츠는 오래된 엽서처럼 빛이 바랬고, 목깃은 여러 계절을 건너온 나뭇잎처럼 닳아 있었다. 소매 끝은 햇빛에 바랜 종이처럼 색이 옅어졌다. 몇 번이나 버리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셔츠는 옷이 아니라 열일곱 살 여름으로 이어지는 작은 문 같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교실은 금세 비어 있었다. 아이들은 짝을 지어 복도로 나갔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창문 밖에서는 웃음소리가 참새 떼처럼 이리저리 흩어졌다. 내 바카라상 위에는 펼쳐 둔 공바카라과 연필만 남아 있었다.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나는 늘 혼자였다.
전학생이 온 것은 그해 봄이었다. 그는 첫날부터 내 옆자리에 앉아 먼저 말을 걸었고, 점심시간이면 내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하굣길에는 같은 방향으로 걸었고, 시험기간에는 문제집을 바꿔가며 공부했다. 매점에서 산 초코우유를 나눠 마시며 웃던 날도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내 이름을 따스하게 불러준 사람이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어머니는 새 셔츠를 사주셨다. 하늘색 천은 맑은 날의 하늘 한 조각을 오려놓은 것처럼 환했다. 거울 앞에서 단추를 잠그던 나는 몇 번이나 옷매무새를 고쳐 보았다.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이 그렇게 설레는 일인 줄 처음 알았다. 셔츠는 내게 우정이라는 단어의 색깔 같았다.
수학여행에서 우리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바람은 짭조름한 냄새를 실어 왔고 파도 소리는 멀리서 천천히 밀려왔다. 그는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둘렀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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