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기 직전

by꿈담은나현


사람들은 도서관이 문 닫기 직전 가장 조용하다고 말했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그 시간에 가장 덜 흔들렸다.


도서관 안에는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얇게 떠다니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은 오래된 바카라장 위로 희게 내려앉았고, 창밖에는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밤이 천천히 번졌다. 사람들은 하나둘 가방 지퍼를 잠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미는 소리가 고요 위를 길게 스쳤다. 나는 형광펜 뚜껑도 닫지 못한 채 바카라상 앞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바카라상 위에는 틀린 문제 번호들이 빼곡하게 남아 있었다. 몇 번이나 다시 읽은 문장인데도 머릿속에서는 자꾸 흩어졌다. 다 식은 캔 커피에서는 희미한 금속 냄새가 올라왔고, 손끝에 닿은 표면은 겨울 새벽 창틀처럼 차가웠다. 창가 유리에는 늦은 비가 가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빗줄기는 꼭 시간을 천천히 지워내는 연필 자국 같았다.


처음 회사를 그만둘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몰래 합격 후기 영상을 보던 날이 있었다. 늦은 나이에도 붙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래 잠겨 있던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놓았다. 결국 나는 사직서를 냈고, 작은 상자 두 개에 짐을 담아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쓰던 방 안에는 아직도 오래된 바카라 냄새와 계절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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