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없는 금요일 밤, 아들은 완전 범죄를 꿈꿨다.

언제까지 속일 거니? 엄마의 머리 꼭대기에서 오늘도 자라는 너희들에게 2

by홍당무

따르릉

“선희야 별일 없지? 밥은 잘 챙겨 먹었고?”

“오빠 애들이 내 뒤통수를 제대로 치네. 나 너무 서러워. 아빠 없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나는 대체 애들한테 뭘까? 무시해도 되는 사람인가? 배고플 때만 찾는 사람?”

“왜? 무슨 일인데.”


사실 이날을 조금 기다린 것도 사실이다. 남편이 1박 2일 출장을 가는 날.

사춘기 아들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하루쯤은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평소 내가 먹고 싶었던 빵과 커피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자유를 누릴 생각이었기에. 게다가 그 다음 날은 첫째의 수학 경시대회 날이었다.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내심 꿈꿔왔던 일이었기에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그날 저녁 아들의 기가 막힌 행동과 거짓말로 몇 주 전부터 계획하고 기대했던 일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아들에게 무시당했다는 서글픈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들의 거친 반항을 마주할 때마다 ‘내 탓이다.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지난날이 억울할 정도로 가슴 시린 밤이었다.


“얘들아 오늘부터 아빠 1박 2일 출장이니, 엄마 말 잘 듣고 있어! 그러면 돌아와서 맛있는 거 사줄 테니 알았지?”


며칠 전부터 심지어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남편은 아이들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보고야 말았다. 아빠가 나가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향해 쫑긋 선 귀와, 반짝이던 눈빛을. 그리고 이윽고 아이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그 발칙한 순간을 말이다.

아이들의 그 표정을 하루 종일 가슴에 품은 채, 퇴근 시간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애가 닳도록 기다리던 금요일이건만, 오늘은 주말의 반가움도 퇴근길의 살랑이는 산뜻한 바람결도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지 못했다.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어 미루고만 싶던, 목에 걸린 생선 가시 같은 존재 하나를 가슴에 품은 채 퇴근길 무거운 몸을 차에 실었다.


내 자식들이고, 벌써 13년 차 육아맘이건만 ‘왜 이리 긴장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다만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르게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이와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었다. 아이는 매사 엄마가 어디까지 허락하는지 시험하듯 행동했다. 뻔히 보이는 아이의 유치한 행동 앞에서 어른답게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아이는 어찌 그리 내 연약한 부분만 귀신같이 건드리는지 약해진 마음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와 아이를 공격했다. 나는 똑같이 사춘기 아이가 되어 화를 냈고, 유치한 말싸움을 벌였으며, 급기야는 하지 말아야 할 말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


“너 이렇게 말 안 듣고 네 멋대로 할 거면 보육원에 가서 살아.”


이럴수록 아이는 더 엇나갔다. 그리고 나는 더 채찍질했다.

‘여기서 지면 안 돼. 기를 꺾어야 해. 여기서 져주면 나를 더 무시할 거야. 어른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니, 더 아이를 잡아야 해.’


그러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점점 아이와 사이만 어긋날 뿐이었다. 급기야 엄마인 나에게 욕을 하는 사건까지 터졌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남편이 아이를 단단히 제압하기 시작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는 거짓말처럼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수사자가 자신의 서열을 각인시키자 질서가 잡히는 듯한 모습. 딱 그랬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결국 나는 사춘기라는 이 시기 동안 한걸음 물러서서, 아이에게 안정감만 주는 존재로 남아 있기로 했다. 이것이 남편이 없는 하루가 그토록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왜 이토록 무거운지, 마치 끈끈이로 뒤덮인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이었다.


“얘들아 엄마 왔다.”

“엄마 우리끼리 놀고 있었어요! 우리 사이좋죠! 엄마, 오늘 아빠 안 들어오시죠?”

“어 맞아. 오늘이 그날이야. 아빠 출장 가는 날. 너희가 사이좋으니 좋다. 자전거라도 한 바퀴 타고 놀고 올래?”

“네!”


평소와 달리 아이들은 유독 끈끈했다. 말싸움 한번 없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실천하듯 둘은 딱 붙어 행동했다.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한 기운이 뒤통수를 서늘하게 스쳤지만, 그래도 싸우는 것보다는 낫지 하며 애써 불안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와 집안일을 하느라 찜찜하게 얹혀있던 그 묘한 예감은 이내 까맣게 잊혀져 있었다.


사실, 남편이 없으니 눈치 볼 사람이 없어 굉장히 편한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어려운 눈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아들. 남편은 말이라도 통하고 서로를 의식하며 적당히 조심할 줄이라도 알지만, 사춘기 아들의 눈치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아들은 전혀 내 눈치를 보지 않았기에 그 말 없는 일방적인 공기는 더 묵직하고 힘들었다.


밥을 차려주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아이들의 과제와 학교생활을 챙기면서도 내 온몸의 신경은 첫째의 기분 상태로 향해 있었다. 내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좋아 아직까지 괜찮아.’

처음으로 고성 한번 오가지 않은 채, 아이들의 취침 시간을 향해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 아이들이 자면 게임 끝이야! 그리고 나면 이 온전한 자유와 함께 나만의 불금을 즐길 거야!’


기분 좋은 상상에 단단했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던 그때였다. 쿵쿵거리는 거친 발방망이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첫째였다.


“엄마! 저 시우랑 오랜만에 같이 자면 안 돼요?”

“인우야, 내일 경시대회에 가야 하는데, 같이 자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잘 자기는 어렵겠지. 다른 날 같이 자게 해 줄 테니 오늘은 그냥 자.”

“아 안 되는데. 기대했는데. 엄마 이건 아니죠. 한 번만 같이 자게 해 주세요.”

“안돼!”

“...”


도대체 뭘 기대했다는 건지, 미리 같이 자라고 허락한 적도 없는데 아들은 억울하다는 듯 불같이 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들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알기에,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아이에게 들릴까 봐 손으로 가슴을 살포시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갓난아이를 대하듯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작전이 통한 건지 아들이 많이 자란 건지, 아들을 집어삼키려던 불덩이가 점점 작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이제는 드림 렌즈를 가지고 트집을 잡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엄마, 저 오늘 렌즈 안 끼고 잘래요.”

“인우야, 내일 시험인데 렌즈를 안 끼면 칠판 글씨는 어떻게 보려고 그래.”

“시험지 보는 것은 문제없어요. 저 눈이 아프단 말이에요. 봐보세요. 눈이 빨개요.”

“이리 와봐. 어 정말 그렇네. 어쩔 수 없지.”

“네 저 그냥 지금 잘게요. 피곤해요.”


눈이 아프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빨간 눈을 들이밀며, 시력 교정에 필수인 드림 렌즈까지 건너뛰겠다 난리였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이 먼저 앞섰다. 의심스러운 구석을 따져볼 겨를도 없이, 피로라는 거대한 파도가 이성을 덮치며 모든 경계심은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다. 아이는 그렇게 잠에 들었다.


‘아이가 선풍기를 회전으로 해 놨던가? 타이머는 맞춰놨고? 이불을 차고 자고 있지는 않겠지?’ 아이 걱정에 천근만근 땅으로 꺼질듯한 몸을 일으켜 천천히 아들의 방으로 다가갔다.


‘휙~’


뭔가 시커먼 물체가 내 앞을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갔다. 유령 같기도 도둑 같기도 한 그 물체를 마주한 순간, 평온했던 심장이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마부터 시작한 땀은 어느덧 손과 발을 축축하게 적셨다. 자세히 보니 다름 아닌 잔다고 들어간 아들이었다.


“인우야 왜 일어났어? 자고 있던 것 아니었어?”

“소변 보려구요.”


대수롭지 않은 듯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하고는 아들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 한번 잠이 들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 날 줄 모르는 아이가 뭔가 이상했다. 그 후로도 조용해야 할 아들 방에서 끊임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코를 훌쩍거리기도, 선풍기를 조작하기도, 게다가 평소 방문 닫는 것을 싫어하던 아이의 방문이 철옹성과 같이 닫혀 있는 모습까지, 정말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는 그 찝찝한 마음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일어나 아주 조용히 아들의 방으로 몰래 다가갔다.


“퍽"


뭐지? 우리 집에 애완동물이 사는 것도 아닌데, 아들 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놀라 방의 불을 켰다. 역시나 아들은 자고 있지 않았다.


“인우야 너 왜 안 자!”

“코가 너무 불편해요! 저 코약 있죠? 그거 좀 뿌리고 올게요.”

“너 왜 안 자냐고!”

“코가 불편해서 잠이 안 와요.”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너 핸드폰 어딨어? 태블릿 PC도!”

“몰라요.”

“자기 전에 썼었잖아. 어디 있어?”

“몰라요.”


순간 아이의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입술 바로 아래까지 꽉 끌어올려진 이불, 마치 뭔가 거대한 비밀이라도 품은 듯 묘하게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이불을 홱 걷어차듯 들추자, 그 아래 숨어 있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고개를 내밀었다. 까만색 전자 기계들이 아들의 머리맡을 조정하다 들킨 듯, 번들거리며 나를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내일 시험을 앞두고도 동생과 잔다느니, 드림 렌즈도 안 낀다느니 하던 이유가 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밤새 몰래 게임을 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엄마를 얼마나 만만하게 본 건지. 밀려드는 모욕감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눈물은 어느새 두 눈에 가득 차올라 금방이라도 툭, 아들의 이불을 적실 기세였다. 맛있는 것, 예쁜 것을 보면 먼저 아들의 입에 넣어주고 입히며 그렇게 살았건만, 헌신짝처럼 느껴지는 내 사랑이 고스란히 혼자만의 짝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휘청거리는 몸을 붙들기 위해 아들의 침대에 손을 얹고 간신히 버텨 섰다.

진정해야 했다. 이미 깊은 밤이었고, 내일은 아이가 경시대회 시험을 치러야 하는 날이었으니까.


‘진정하자. 남편도 없다. 내가 진정해야 해.’

속으로 그 말을 무수히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했다. 떨려오는 손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이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거둬들였다. 마치 전장에서 무기를 압수하듯.


“자라. 내일 시험이니. 끝나고 이야기하자.”

“엄마, 저만한 거 아니에요.”

“인우야, 시우는 자고 있다. 무슨 소리니!”

“저만한 거 아니라고요. 시우가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서도 있어요. 시우 바카라상에 있을걸요! 봐보세요.”


둘째 아이의 바카라상 위에는, 정말 둘째의 글씨체로 또박또박 쓰인 ‘계획서’라는 것이 놓여 있었다.


“인우야 네가 시켰지?”

“아닌데요~ 시우 혼자 했어요. 봐보세요 시우 글씨잖아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아이의 뻔뻔한 거짓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이 모든 판이 눈에 이토록 선명하게 그려지건만, 아이는 정작 모르는 걸까? 엄마의 눈에는 이 유치한 속임수가 낱낱이 보인다는 사실을.


순간 아이의 모습 위로 문득 내 어릴 적 모습이 겹쳤다. 나만 옳고 부모님의 말씀은 고루한 잔소리로만 여겨지던 그때, 오만하고 철없던 시절의 내가 있었다. 아이의 눈에도 지금 내가 딱 그렇게 보이겠지. 그때는 부모님이 어떤 말을 해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이해되지도 않던 시절이었으니. 내가 하는 모든 걱정과 경고가 아들에게는 그저 귀찮은 메아리일 뿐일지도 모른다.


꽉 조여오던 고질병인 위장의 아릿한 통증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나를 점령하려던 분노가 썰물처럼 밀려 나가자, 그 비어버린 자리에 문득 우리 부모님의 얼굴이 밀려 들어왔다. 그 옛날, 내가 부모님의 마음을 까맣게 태우며 속을 썩이던 그 시절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겹쳤다. 어쩐지 서운하고 아쉬운, 묘한 회한이 온몸을 감쌌다.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건만, 혀끝과 온몸을 맴도는 쌉싸름한 여운 속에서 곤두서 있던 내 마음이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인우야. 일단 알겠어. 내일이 시험이니, 시험 끝나고 이야기하자. 얼른 렌즈 끼고 자게 화장실로 와.”

“네….”


능청스러운 거짓말을 일삼던 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꼬리를 내린 “네”라는 부드러운 말이 나왔다. 아이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아이와 나 사이에는 렌즈를 끼기 전 손을 씻기 위해 틀어 놓은 수돗물 소리와 비누 거품의 뽀득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조심스레 렌즈를 아이의 눈에 밀어 넣었다. 평소라면 렌즈를 낄 때마다 눈꺼풀에 힘을 주어 애를 먹이던 아이였건만, 오늘은 힘이 탁 풀린 눈꺼풀 사이로 렌즈가 순하게 쏙 들어갔다.


아이의 방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온몸에 남아 있던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조용히 아들의 방문이 열리더니 아이가 다시 나왔다. 울컥 눈물을 터뜨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미 눈꺼풀 끝까지 차올라 있던 눈물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고, 아들이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고야 말았다. 바닥에 멈춰 선 아이의 시선은 한참 동안 위로 올라올 줄 몰랐다.


“인우야, 왜? 뭐 필요해?”

“죄. 송. 합. 니. 다.”


자신이 잘못했거나 진심으로 미안할 때만 튀어나오는, 아들 특유의 뻣뻣하고 로봇 같은 억양과 목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역시 모르는 게 아니었다. 자기 잘못을. 그저 상황이 당황스럽고 무서워 얄팍한 거짓말을 늘어놓았을 뿐.


“알았다. 내일 이야기하게 일단 자.”


아이를 돌려보내고 안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했다. 나는 늘 내가 들판에 외로이 서 있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치이고 새들에게 쪼여도 도망칠 수조차 없는, 오직 그 자리를 지켜내야만 하는 허수아비. 볕은 뜨겁고 몸은 이리저리 치여 아프고 피곤해도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버텨야만 하는 그 심정.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낼 수도 없고, 소리 내 울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그 모습이 온전히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알았다. 나는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것을.


진짜 허수아비는 오히려 아들이었다. 자라느라, 세상을 배우느라 온갖 혼란 속에서 어디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제대로 울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꼿꼿이 버티고 서 있는 아이. 그리고 그 허수아비가 안타까워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나는, 기꺼이 그의 곁을 지키는 참새였다.


아이의 거짓말과 행동에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런 자신 때문에 더 속이 시끄럽고 속상했을 아이를 가만히 헤아려 본다.

오늘도 내 안의 뜨거운 화가 끓어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순간을 참고 다독여 진정시키려 애를 써 본다. 그리고 아이의 여린 마음을 더 깊이 감싸 안아주려 노력한다.


언젠가 이 쫓고 쫓기는 눈치 게임 같은 일상을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쓰라린 가슴을 토닥이며 조용히 잠에 든다.


오늘도 참 수고 많았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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