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야만 한다는 착각
우리는 부족함을 채우는 데 익숙하다. 남들보다 뒤처진 스펙,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산,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관계를 마주하면 불안해진다. 이대로 두면 뒤처질 것 같고, 낙오자가 될 것만 같다. 그래서 세상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더 갖고, 더 이루고, 더 나아져야 안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랬다. 삼십 대 초반까지는 삶에서 마이너스가 보일 때마다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 누군가의 성공담을 들으면 재테크는 괜찮은지, 커리어는 뒤처진 건 아닌지 점검했다.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마치 내 존재의 가치까지 낮아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빈틈을 메우려 애썼다. 그러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삶은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을 직면하게 한다. 퇴직 후 프리랜서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그동안 해왔던 일을 생각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됐다. 애써 가려두었던 부족함이 한꺼번에 드러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무력했다. 나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을 지나며 다른 것을 보게 되었다. 부족함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었다.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약점을 없애야 할 결함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이해하게 만드는 단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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