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의 시작
바카라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야기는 끝났는데 마음은 한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손끝에 남은 몇 장의 종이와 쉽게 닫히지 않는 표지처럼, 끝은 언제나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예전에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으면 끝났다는 뜻이라고 믿었다. 한 역할을 내려놓거나 오래 머물던 자리를 떠날 때면, 그 시간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보다, 그동안의 내가 함께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더 두려웠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삶에서 마지막 페이지는 이야기가 끝나는 곳이 아니라, 잠시 손을 멈추는 자리라는 것을.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 끝났을 때, 익숙했던 관계가 달라졌을 때, 한 시절을 떠나보내야 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이제 끝이야.'
이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 아직 남아 있는 가능성까지 함께 닫아 버리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힘들었던 것은 끝 자체가 아니었다. 끝을 실패라고 해석했던 마음이었다. 지나온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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